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객관적 글쓰기)
변화의 시기, 익숙한 삶에서 잘 알지 못하는 삶으로 문턱을 넘어야 할 때, 우리는 긴장하고 불안해한다. 기존의 사고체계로는 넘어설 수 없는 현실의 벽에 부딪치게 되고, 삶의 과도기에 들어서게 된다. 이러한 ‘삶의 과도기, 불안하고 불안정한 시기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자연에서 보여주고자 애쓴 나탈리 크납의 통찰을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에서 만날 수 있다.
‘벚꽃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 하여도, 벚꽃은 그 자체로 완전하고 아름답다. 그것만으로 그의 일을 다 한 것이다. ’
벚꽃 그 자체로의 완전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우리들의 경험은, 삶의 가치는 뭔가 이익을 가져다주는 삶이 아닌, 삶 자체에 있음을 나탈리 크납은 보여준다. 결국 삶의 매순간의 아름다움, 지금만 경험할 수 있는 특별하고 본질적인 것을 깊이 있게 경험할 수 있다면, 우리는 과도기의 흔들리는 현재와 화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봄의 메시지에서, 우리는 ‘지금(현재)’의 가치를 배운다. 현재의 순간 그 가능성 말고는 다른 것에 의존할 수 없는, 그래서 지금 하는 모든 경험이 우리에게 새로운 토대가 되어주는 것이다.
우리가 인생에서 만나게 되는 과도기(탄생, 사춘기, 애도, 죽음)는 삶에서 익숙했던 규칙이 무력화되는 시기다. 따라서 새로운 것이 생겨날 여지를 열어주고, 결국 새로움을 동반하는 창조적 시기로서의 의미를 갖게 된다.
자녀의 탄생을 통해 부모는 중대한 인생의 과도기를 만난다.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고, 그 직면에 당황한다. 그러나 통제하기를 포기하고 주어진 상황에 ‘예스’를 선언함으로써 내적으로 활짝 열리게 되고, 그 넓은 통로 삶에 새로운 것이 들어올 수 있게 된다. 과도기를 잘 견디어낸 부모들은 존재의 깊은 차원으로 들어가는 문을 통과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한 경험 속에서 우리는 저자가 말한 탄생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된다.
‘탄생은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본질적인 경험에 스스로를 열고 변화시킬 때마다 항상 일어나는 일임을 알게 된다. (p86)’
<인생의 막간, 사춘기> 또한 인생에서 그리 길지 않은 소중한 시기이다. 사춘기 청소년은 감수성이 뛰어나고 실험정신이 강하며 새로운 경험을 향해 열려 있다. 어른들의 시선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이 보여지는 행동들도 사실은 세상을 자신 속에 흡수하고 있는 것이다. 청소년들은 유희적 환상과 성숙한 논리 사이에서 조절되지 않는 감정의 분출과 성적 욕망, 거리 두기와 안전에 대한 욕구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한다.
어른들은 불안한 삶의 상황에 불가피하게 들어갈 때 비로소 창조력을 작동하지만, 청소년기는 창조적 과정에 이상적인 시기이다. 따라서 아동기와 성인기 사이의 창조적 긴장의 가운데에 있는 사춘기를 경험하는 청소년들이 성장 가능성을 마음것 펼칠 수 있도록 마음을 써주어야 한다. 이런 과정이 관계의 다양성을 제공하며, 그로써 많은 창조적 변화, 성숙과 성장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사별의 슬픔은 그 무엇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는 감정이며, 피하고 싶은 상태이며, 해체의 과정이자 변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억압을 통해 고통을 줄이고 심적인 안정성을 유지하지만, 두 번째 단계에 이르러서는 분노, 슬픔, 두려움, 죄책감 같은 혼란스로운 상태가 되고, 그 후 기억이 처리되고 정리되는 단계를 거쳐 마지막으로 평화가 깃들고 새로운 삶으로 나아가게 된다. 결국 모든 깊은 애도는 자신의 한계를 해체하고 시선을 넓히는 힘이 있다.
죽음에 대한 공포는 사람을 경직되게 할 수 있고 삶을 마비시킨다. 그러나 유한성과 죽음의 의식은 삶을 소중히 여기게 한다. 우리는 죽음의 공포 속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울림에 귀 기울인다. 사회의 기대에 맞춰 사는 것을 멈추고 남은 시간 동안 본래 자신이 원했던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죽음 앞에서 스스로를 감추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현재에 집중하게 되고, 깊은 차원의 시간을 보내게 한다.
결국 죽음은 삶의 갈망을 더욱 간절하게 하며, 순간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드는 한 남은 인생은 의미가 있음을 깨닫게 한다.
탄생, 사춘기, 애도, 죽음에 이르기까지 이런 불안한 순간들을 온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일까? 나탈리 크납은 제탈러의 소설 <온전한 삶>의 주인공 에거에게서 우리를 지탱해주는 단순한 힘과 능력을 발견했다. 낙천적 생의 감정으로서의 신뢰, 미래에서 오는 용기 희망, 단순한 지혜 수용, 생명의 연결 사랑, 새로워지려는 충동 생명력이 그것이다. 이 다섯가지 능력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함께 삶의 사다리꼴을 이룬다. 더불어 정신적 면역력으로 나를 해방하는 것들로는 역설의 철학과 깊이를 잃지 않는 경쾌함으로의 웃음을 제시했다
한편 나탈리 크납은 개인적 변화의 시기와 사회적 변화의 시기가 구조적으로 비슷함을 통찰한다. 기후변화, 불안정한 금융 시스템, 세계화의 폐해 등 모두 함께 극복해 나가야 하는 사회적 위기 앞에서도 우리는 그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새로운 통찰을 얻는다. 불안한 시기들이 우리의 인생에 주는 의미를 깨닫고 이런 시기가 우리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것을 안다면 우리는 그 시기들을 다른 태도로 보낼 수 있음을 말이다.
불안하고 불안정한 과도기적 시기의 의미를 깨닫고, 깊은 차원으로의 삶을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나탈리 크납의 <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을 권한다. 그 만남이 우리의 삶을 더욱 충만하게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