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2.18
< 오늘의 놀이밥 > -< 오늘 루시는~~ >
어제 초저녁부터 기절한 엄마는 새벽녘에 눈을 떴다.
깜짝 놀라 주위를 살핀다.
미리 잠들어버린 엄마 옆에서 혼자서 풀이한 학습서며 수학문제집을 엄마 책상위에 소복하게 쌓아두었다.
루시가 잠든 방을 살며시 들어가보니 쿨쿨 자고 있다.
커피 한잔을 내리고 자리에 앉는다.
어제 해야 했던 급한 일들을 하나 하나 정리를 해결해 간다.
그리고 나서야 모닝페이지를 쓰고, 포폴 정리를 했다.
루시가 일어날 시간이 되고 아이를 깨운다.
그리고는 분주히 출근준비 시작이다.
아이 아침 챙기고, 점심 도시락 챙기고 서둘러보지만 아침은 또 왜이리 분주한지...
그래도 이제 집듣 준비는 루시가 곧잘 한다.
아침에 일어나 잠깨는 사이 흘듣하며 렌즈 빼고,
그리고 음원 찾고, 책도 펼치고 한다.
집듣할 책이 바뀔때 음원과 책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면,
루시가 잘 챙기니 그 또한 감사하다.
루시 집듣하는 사이 엄마는 아침 챙긴 후에 출근준비를 한다.
샤워하고 옷입고 머리 빗는 사이, 루시도 집듣 마치고 등교할 채비를 한다.
등교 준비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는 날은 쇼파에서 모닝 독서도 한다.
오늘은 엄마와 함께 출발하려고 기다기며 독서중...
시간이 되어 함께 나왔다.
꼭 안아주고 뽀뽀도 해주고 인사를 한다.
아무리 바빠도 절대 빠뜨리지 않는 우리 가족의 인사법이다.
나와서 헤어지려는데 밤사이 눈이 왔는지 차에 눈이 쌓였다.
차를 타려는데 엄마차 아래 고드름이 매달려 있다.
- 루시야, 엄마 차에 고드름 달렸어.
고드름 좋아하는 루시에게 말해주니, 등교하다 말고 달려온다.
금세 고드름을 따려나 싶더니, 바닥에 주저 앉아 하트를 그린다.
시간이 촉박했지만 엄마도 루시 곁에서 기다려 주었다.
하트를 그리고 메리크리스마스 글씨도 쓰고서야, 녀석은 고드름을 따서 씨익 웃었다.
- 이제 되었어? 엄마 이제 갈께.
- 응. 잘 다녀와
녀석의 대답을 듣고서야 출발이다.
출발하려는데, 엄마 차의 눈쌓인 창에 하트를 그려주었다.
루시가 그려준 하트를 사진찍어두고 싶은데, 지각할것 같아 일단 출발했다.
출근하며 하트가 사라져 버릴까봐 살살 달린걸 루시는 알까?
하지만 달리다보니 눈가루가 날려 하트가 희미해 진다.
도착해보니 다행히 하트의 흔적이 남아있어 찰칵~ 사진에 담아두었다.
출근하고도 엄마는 내내 정신없이 분주한 하루를 보냈다.
루시도 늘 그렇듯 돌봄가서 온라인 수업 듣고, 피아노 플룻 레슨 갔다가 집에오기~
그 사이 문자를 소복히 보내놓은 아이..
요즘은 아빠가 조금 여유로운 시즌이라 바쁜 엄마를 대신해 잘 챙겨주어 다행이다.
눈이 자꾸 불편해 하는 아이 데리고 안과도 다녀오고, 드림렌즈도 교체하고,
오늘은 아빠가 준비하던 시험 결과가 나와, 파티를 하기로 했다.
오늘은 꼭 피아노 레슨을 가려고 했는데,
퇴근 무렵이 되니 몸과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어 가지 못했다.
(그러고보니 이번주에 엄마가 피아노 레슨을 한번도 못갔네....)
퇴근하고 와서 함께 저녁 먹으며 아빠의 합격 소식을 마음껏 축하했다.
루시는 외할머니께서 보내주신 크리스마스 선물을 미리 받고 아주 신났다.
요즘 해리포터에 푹 빠진 녀석은 '해리포터 굿즈' 모으기 삼매경에 빠졌다.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해리포터 잠옷을 입고 신이 나서 뒹굴거리며 책읽는 녀석이다.
저녁 먹고 늘 그렇듯 샤워후 수학 시작~
그 사이 엄마는 허리가 너무 아파 루시 옆에 앉지도 못하고 누워 있다가 잠이 들었다.
오늘도 기절한 엄마..
내일은 기절 안하고 끝까지 함께할께~^^
< 오늘 엄마는 >
루시의 아침 놀이밥 마중을 마치고 서둘러 출근을 한다.
차를 타고 출발하며 친정 부모님과 통화를 한다.
심장 박동을 살펴보기 위한 추적장치를 장착했던 결과가 나오는 날이라
아침부터 분주히 병원갈 채비를 하고 계신다.
엄마, 아빠가 알아서 병원 잘 다녀올테니 걱정하지 말고,
출근 잘하고 근무 잘 하라고 했다.
날이 추워 서로가 서로를 걱정하는 애틋한 마음을 느끼며 출근을 했다.
진료 마치면 연락을 주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으면서도,
출근해서는 정신이 너무 없어 전화기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점심 무렵이 되어서야 친정 엄마 전화를 받았다.
다행히 심장 추적 결과는 양호하다고 했다.
이렇게 또 한 고비를 넘어가는 모양이다.
다행이라는 생각도 잠시, 이번엔 엄마가 무너너진다.
그동안 잘 견디고 계시던 엄마였는데, 엄마의 감정선이 무너져 내린다.
한번 무너져 내리면 하염없이 가라앉는 친정엄마를 알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는 애가 탄다.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할 것 같으니, 주말에는 통화하지 말자고 했다.
근무중이라 긴 이야기는 하기 힘들어 우선은 알았다고 하고,
요 며칠 긴장하고 병원 다니시느라 힘드셨을테니 쉬시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부모로서,
감정이 무너져 내리는 심정은 어떤 느낌일까?
자식에게 누가 되고 싶지는 않은 마음,
그 마음을 지켜낼 자신이 없는 스스로를 견디는 것,
하지만 스스로를 감당해 낼 자신이 없어지는 순간이 어느날 문득 찾아온다.
원하지 않는 두려움이 불쑥 나에게 다가올 때 그 감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엄마는 잘 알지 못한다.
그런 친정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 옛날 엄마가 내게 해주셨던 것처럼,
엄마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손잡아 드리는 것,
다시 힘내서 웃으며 걸어가실 수 있도록 안아 드리는 것,
엄마의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
당신의 존재만으로도 얼마나 큰 위안과 용기를 받는지를 표현하는 것,
그래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고,
포기해버리고 싶은 순간이와도,
다시 힘을 내고, 밥을 잘 챙겨먹고, 운동도 하고,
그렇게 당신의 일상을 잘 살아가는 힘을 얻게 되시기를,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이 된다.
약해지신 부모님을 받아들일 준비가 아직 되지 않은 나이지만,
부모님께 받은 마음, 이제는 내가 드려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그 마음을 나는 감히 '사랑'이라고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