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여자에게 공부가 필요할 때

이끼장미.. 2020. 12. 28. 15:19

일독 할 때 불쑥불쑥 올라오는 못난 감정이 나도 모르게 당혹스러웠는데, 재독을 하고보니 그 불쑥불쑥 올라온 못난 감정이 일찌감치 성장의 길에 들어서 조금씩 자신을 성장시켜간 작가에 대한 부러움과 너무 늦은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뒤섞인 초조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작가는 말한다. ‘다시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 그래서 예쁘고, 충만한 나이, 서른은 예쁘다.’라고... 마치 나에게 너는 시작하기에 늦었어. 그래서 예쁘지 않고 충만하지 못해.. 마흔은 너무 늦어버린 나이야하고 책망하는 것만 같아 일찌감치 읽었으면서도 리뷰를 차일피일 미루어 두었나 보다.

 

그러나 용기란 실수를 인정하고 부끄러워하지 않는 뻔뻔함을 키우라는 것이라는 작가의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용기를 내고 싶어진다.

 

사실 나는 그렇게 용기 있는 사람이 아니다. 내향적 성향 덕분에 부끄럼도 많고 하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을 때면 완벽하지 않은 내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마음속에 품어 놓은 것을 좀처럼 내보이지 않는 편이다. 그렇게 내 마음속에서 어느 정도 담금질이 되면, 그래서 실패보다는 성공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많아지면 그제서야 조금씩 내보이며 그 목표를 위해 노력해서 그 목표를 이루어내는 편이다. 그래서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에는 도전하고, 실패할 것 같은 것들은 하나둘 가지를 쳐내며, 현실이라는 외면할 수 없는 것들에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렇게 한 해 한해 살아왔나 보다.

 

그렇지만 누구보다 나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왔고 잘 해내고 싶었다.

가정에서는 따뜻한 엄마, 사랑스러운 아내가 되고 싶었고, 사회에서는 인정받는 교사, 정체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발전을 하는 교사, 더 나아가 교사로서의 정점인 관리자(교장)가 되고 싶어 안간힘을 써 왔다. 하지만 두 가지를 다 해내기에는 헤쳐 나가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너무 많은 과업들은 나를 지치게 했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현실의 벽 앞에서 무릎 꿇어야 하는 여러 가지 상활들 앞에서 자신의 가치가 무참히 찢기는 기분이 들어서 너무 아팠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아이는 나보다 더 아파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되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때부터 나는 내 삶에 대한 본격적 고민을 시작했던 것 같다.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행복하게 살려면 나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할까....? 이런 고민들은 복잡하고 어려울것 같았지만 의외로 그리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일과 육아의 두 가지 삶에 대한 고민(2011-37)은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다. 좋은 엄마는 어떤 엄마일까, 나의 엄마를 생각해 본다. 너무나 헌신적이어서 그 헌신의 땀 속에 자라온 나이기에, 감사함과 더불어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감사함에 대한 뜨거운 눈물과 마음을 드리면서도, 엄마의 삶을 빼앗은 도둑이 된 것 같은 죄책감이 드는 것이 우리 엄마에 대한 솔직한 나의 마음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엄마가 되어 줄 것인가 생각해 본다. 한 생명을 잉태하여 세상 빛을 보게 했다면 그 생명을 보살펴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나의 어머니의 모습에 나 또한 동의하지만, 아이가 나처럼 죄책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려면 나 또한 홀로서기를 잘 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온실속의 화초처럼 보호되어진 나란 존재가 세상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거라곤 별로 없는, 그래서 결혼 전엔 부모의 보호 속에 있었던 내가 결혼 후엔 부모와 남편의 보호 속에 있는 내가 홀로서기에 성공해야 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나는 아이에게 좋은 엄마가 되기 우해 홀로서고 싶었다.

그래서 그 홀로서기 위해 나는 어떤 것들을 해나가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 생각은 결국 나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졌고, 그 생각들은 결국 인간으로서 의미있게 살아가는 것, 그 의미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함을 깨달았다고 할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홀로설수 있는 정서적 독립이었고, 그 독립을 위해 나에게는 공부가 필요했다. 그 공부의 한 방편으로 나는 책을 집어 들었고, 닥치는 대로 마구 읽어 내려갔다. 때론 육아서를, 때론 자기계발서를, 때론 철학책을, 때론 실용서를, 닥치는 대로 읽다보니 생각이 자꾸만 춤을 춘다. 자기 계발서를 읽으면 성공가도를 향해 뛰어들어야 할것 같은 생각에 초조해진다. 이러면 안 되겠다 싶으면 육아서를 읽으며 육아에 대한 책무를 되뇌이고 그러다 또 내 삶은 무언가 싶은 공허함이 들면 철학책을 들척이다 현실에서 해결해야 할 숙제들은 실용서를 통해 해결하고 나면 다시금 난독을 반복한다... 독서를 통한 내면 활동이 아에겐 절실하고 필요했는데, 이미 출발을 시작했는데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할까를 고민하던 찰나에 작가의 이야기들은 나에게 좋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책을 읽더라도 전략적으로 읽을 필요가 있음을, 좀 더 구체적 목표와 그 목표의 세분화를 통해 성장을 위한 책읽기를 해야 하겠다는 생각을 정리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나는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싶고, 그래서 행복한 엄마가 되고 싶다. 또한 내 스스로의 소명을 찾고 그 소명에 의한 삶을 살아 행복한 내가 되고 싶다. 그리고 행복한 엄마와 행복한 나 사이에서 불안해하지 않고 유연하게 내 삶을 살아가고 싶다.

 

이러한 삶의 목표를 위해 나는 앞으로 나의 독서학교를 이렇게 세워볼까 한다.

 

첫째 인문학 독서를 통해 인생의 핵심가치를 치열하게 고민해 얻어내고 싶다. 행복이란 무엇인지, 그 행복을 위해 나는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그동안 열심히는 살았지만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못했던, 삶의 속도에 맞추다보니 잠시 미루어둔 고민들을 이제는 과감히 꺼내어 치열히 고민해보고 싶다. 본인의 고민과 사유 속에 만들어낸 가치가 아니라면 그것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가치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바른 방향을 알려주고 다시 일어날 힘을 얻고자 하는 나의 가치를 얻는 것이 나의 2015년 첫 번째 목표이다.

 

둘째 육아서를 통해 아이를 길러내는 것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해 얻어내고 싶다.

풀 한포기, 동물 한마리를 키울 때도 모르는 것이 있으면 책을 보고 배워야 하는데 하나의 인간을 키워내는데 아무 고민없이 되는대로 키운다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것임을 알기에, 아이의 본성을 존중할 수 있는 엄마가 되기 위해 육아서를 통해 아이를 행복하게 길러내고 싶다.

 

마지막으로 전문적 교사로서의 도약을 위해 청소년 사회참여 분야에 대한 공부를 좀 더 깊이 하고 싶다. 지난 4년 동안 청소년 사회참여 활동을 지도하면서 4번의 전국대회 출품, 2번의 개인 연구, 1년 동안의 연구년 수행, 그리고 대학원 논문까지.. 지나서 생각해보니 꽤 오랜 시간 현장에서 부딪혀 가며 배운 경험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정교화 시킬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다. 논문을 쓰기 전에는 이정도의 현장 경험이면 되었다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논문을 쓰기 위해 책을 보고, 논문을 보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치열하게 공부하고 고민해 결과물들을 내 놓았음을 알게 되었고, 나의 앎의 깊이도 폭도 많이 부족함을 느꼈던 만큼, 이 부분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가 필요하리라. 솔직히 이번 석사 논문 심사 이후 박사 과정에 바로 들어가고 픈 욕심이 있었지만, 그 욕심을 잠시 미루어 두기로 했다. 지금 내 삶에 가장 우선순위는 아이이다. 아이가 행복하게 홀로서기를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조용히 지켜봐주고 응원해 주어야 하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기에 내 꿈을 잠시 뒤로 배치한 것뿐이다. 그 응원의 시간 또한 나에게 소중함을 알기에, 그 소중한 시간 속에 내가 인생에서 지향하는 핵심가치인 행복을 완성시켜줄 수 있음을 알기에 이제 나는 더 이상 초조하지 않다.

아이의 홀로서기를 지켜보며, 더불어 엄마인 나의 홀로서기를 위해 내면을 다지며 그렇게 나의 2015년을 살아낼 것이다.

지금도 나는 새벽 3-4시면 일어나 나만의 키친테이블노블을 갖는다. 지금은 비록 작은 식탁 위 작은 노트북, 뒤편에 자리한 자그마한 서가에 나만의 독서 위시리스트를 쟁여두고 한권한권 소중히 읽어 내려가는 소박한 일상이지만, 그 일상 속에 나는 조금씩 성장해 갈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싶어진다.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지금이라는 나이

다시 시작하기에 가장 적합한 나이. 그래서 예쁘고, 충만한 나이, 마흔 하나도 예쁘다.’라고

... 작가가 말한 서른이라는 나이는 상징일 뿐임을 이제는 알고, 작가에 대한 야속한 마음은 내려놓을까 한다.

그녀도 아직은 살아보지 않은 마흔이기에, 자신의 경험 속에 책을 저술한 것임을 알기에, 치열한 삶을 살아낸 마흔 한 살의 언니로 돌아와, 좀 더 나다워지기 위해, 내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타인의 삶을 곁눈질 하지 않으며, 세상의 속도에 내 삶의 속도를 맞추려 애쓰지 않고, 내 삶의 속도를 찾아 그 속도대로 살아가고 싶다.

그러기 위해 나는 나만의 독서학교를 세워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