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닝페이지 1주년을 기념하며~
2021.04.02. am 5:07 12일차시작
퇴근후, 딸아이의 하복을 사러 가아 한다고 재촉을 했다.
며칠전 산책길에 보았던 벚꽃이 다 사라져 버릴까 싶은 조바심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비 소식이 있는 주말이라 더더욱 재촉하는 엄마 마음이 소풍을 앞둔 아이가 된것 마냥 신이 났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다.
이곳에 처음 이사왔던 날에는 자전거 뒤에 태우고 나왔던 그 길을,
이제는 아이가 저만치 앞서서 달려간다.
엄마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며, 저만치 앞서가는 딸아이의 뒤에서
천천히 자전거 패달을 밟고 가는 엄마도 나쁘지 않다.
세상에나 벚꽃이 만개한 자전거 도로가 너무 예뻤다.
시간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몇번이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으리라.
벚꽃의 유혹을 뒤로하고 루시와 약속한 장소에 서둘러 패달을 밟아본다.
그런데 진작에 도착했어야 할 아이가 보이지 않는다.
전화를 하고 잠시 후에 루시가 도착했다.
한참을 가다가 엄마 전화를 받고 유턴해 왔다고 했다.
새삼, 시간은 부족할지 모르지만 여유로운 아이의 마음속 시계가 부럽다.
걸음을 재촉해 교복매장에 갔다. 동복 사이즈에 맞춰 하복을 입어본다.
예쁘게 잘 맞는다. 하얀 벚꽃처럼 밝게 웃는 아이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한컷 찍어보았다.
평일 저녁 오랜만의 외출이라 퇴근하는 아빠를 만나 외식을 하기로 했다.
함께 걸어가며 아이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교복 매장에서 만난 고등학생 언니의 교복 치마가 너무 짧지 않냐는 엄마의 이야기에,
아이는 언니의 가느다란 다리가 부러운 마음도 있는 듯했다.
그리고는 자기도 수능 끝나고 대학생이 되면,
다이어트도 하고, 예쁘게 화장도 하고, 옷도 예쁘게 입고, 연예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 우리 루시 인기 많아서 따라다니는 친구들 많을거야.
- 응. 많아.
- 어머 정말? 누굴까?
- ㅎㅎ 여자친구들
꽃이 한창일때, 자신이 그런 때인줄을 모르듯, 아이도 그런듯 싶기도 하다.
지나고 나서야 그때가 자신의 가장 찬란했던 순간이었던 것을 알게 되는것처럼.
하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의 호기심 가득한 눈이 새삼 부럽고,
엄마도 더 많은 것을 꿈꾸고 도전하고 배우고 싶은 마음이 된다.
4월,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시작했던 모닝페이지를 쓰기 시작한지 1년이 되었다.
모닝페이지와 함께 걸어왔던 나의 시간들,
덕분에 외롭지 않았고, 용기를 냈고, 힘을 내서 걸었다.
새로운 시도를 했고, 그 안에서 자유로웠고, 다양한 나의 감정을 만났다.
그리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다.
그리고 다시, 새로운 1년을 시작한다.
조금 더 자유로운 내가 되기 위해,
또 다른 나를 만나기 위해,
온전한 나에게로 다가서기 위해,
나는 매일 나와 마주할 것이다.
am 5: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