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차 점검글(2020.07.13~07.19)
1. 이번주 모닝페이지를 며칠이나 썼는가?(7일이 목표임을 잊지 말자)? 모닝페이지를 쓰는 동안 어떤 것을 체험했는가? 모닝페이지가 당신에게 어떤 효과가 있었는지 적어본다. (가령 “무척이나 시시하다. 하찮은 일들을 마구잡이로 썼는데, 서로 아무 상관도 없는 것 같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행위 자체가 당신에게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을 유념하자. 어떤 점에 대해서 쓰다가 놀랐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자세히 쓴다. 이것은 당신의 기분을 스스로 진단하기 위한 것이지, 얼마나 발전했는지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당신의 모닝페이지가 시시하거나 진부하게 느껴지더라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런 상태가 가장 좋을 수도 있다.
7일을 쓰긴 했지만, 만족스럽진 못했다.
모페 후 산책을 다녀오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하곤 했는데, 이번주는 산책은커녕 모닝페이지조차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 날도 여럿 있었다. 모닝페이지를 쓰는 행위가 문득 덧없이 여겨지고, 지금 내가 하는 행위들이 다 무슨 소용이 있지,
회의감이 들었다.
지난주 금요일 산책길 느낌이 산뜻하지 않더니, 결국 이번주엔 산책도 한번 나가지 못했다.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도전한 아웨였는데, 무엇 때문인지 기운이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페를 쓰는 일은 포기하지 않았다.
시시하고 하찮은 일들로 가득찬 나의 모페가 효과를 발휘한다는 점에 유념하라는 글이 위안이 되었다.
이번주 모페 쓰면서 반복적 패턴이 느껴져 지루했다.
늘 느끼는 후회, 상처, 불안, 초조의 감정들이 반복적으로 나타나고, 극복하기 위한 다짐과 스스로의 처방의
끝없는 도돌이표, 갑자기 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가 아티스트 웨이를 다시 하고자 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했다.
쓰는 내가 되고 싶은데, 쓰지 못하는 지금의 내가 답답하고 힘들었다.
쓰지 않고 아무렇지 않을수 있다면 그렇게 살고 싶기도 했다.
체력이 부치고 일은 바쁘고 책임져야 할 것들이 휘몰아친다.
내가 흔들리니 환경을 탓하고 있는 내가 느껴지는 것도 싫었고,
그런 나를 마주하고 있는 내가 답답했다.
그럼에도 멈추지 않고 모페를 쓰면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매 순간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충족시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그들 핑계를 대며 온전한 내가 되는 것을 미루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도 친구도 남편도 그리고 아이도,
이제는 온전한 내가 되는 것에 커다란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나는 여전히 엄마를 남편을 아이를 핑계삼아,
자유로운 내가 되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그 두려움을 감추기 위해, 나는 현재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과거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득 외로움이 느껴지는 한 주 였다. 엄마도, 남편도, 아이도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는 없다.
따뜻하고 편안했던 엄마의 품은 술과 땀으로 얼룩진 퀭한 눈매가 되어 나를 할퀴고 있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어린 시절을 나는 여전히 그리워하고 있다.
나보다 더 나를 사랑해주었던 뜨겁게 사랑했던 남편도, 그때의 감정으로 돌아갈 수 없는 듯 느껴진다.
엄마가 전부라며 두팔 벌려 달려들던 아이도 이제는 엄마의 시간을 기다려줄만큼 훌쩍 자랐다.
그 모든 과거의 행복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들이 지금의 나를 뒤흔들어 놓는다.
지금을 살지 못하고, 과거를 서성거리는 나를 일깨워주는 모닝페이지여서 고맙다.
과거의 상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고, 과거의 기쁨을 되돌리고 싶어하지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에 대한 자각,
돌아갈 수 없는 것, 이룰 수 없는 것에 대을 소망하는 감정, 그래서 그토록 내 마음이 아팠나보다.
지루함 뒤에 숨겨진 진실한 내면을 발견하게 된 모페라 고마웠다.
2. 이번 주에 아티스트 데이트를 했는가? 아티스트 데이트는 꼭 필요하다는 것을 잊지 말자.
무엇을 했고, 그 느낌은 어땠는가?
오랜만에 자전거를 탔다. 너무 자주 다녀 익숙하다 여겼던 산책길인데, 꽃이 화들짝 피었다.
비가 온 뒤라 징검다리도 잠기고, 물이 뿌옇게 변했다. 물살이 거세지고 유량이 늘었다. 뿌연 물속에 물고기들은 여전히 있을까? 물고기 밥을 던지니 밑에 숨어있던 물고기들이 떠올라 열심히 밥을 먹는다. 멀리서 날아온 비둘기떼의 처연한 서성거림에 눈물이 났다.
사실, 오늘의 아티스트 데이트는 온전한 혼자는 아니었다. 가족과 함께 나가서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긴 어려웠다.
그래도 저마다의 속도대로 자신의 레이스를 즐겼다. 달팽이인 나는 천천히 나만의 속도로 오고가며 꽃길의 정취를 즐겼다. 점심으로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를 먹었고 후식으로는 남편이 좋아하는 호떡을 먹고, 내가 먹고 싶은 참외도 샀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에 혼자서 카페에 다녀왔다.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잔 먹고 싶었다.
지난 한주 열심히 모닝페이지 쓰고,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 애쓴 나를 위한 선물이었다.
책이라도 한권 챙겨왔더라면 카페에서 읽으며 마셔도 좋았을테지만, 핸드폰 하나 딸랑 들고 나온 길이라
자전거 타고 아메리카노 한손에 들고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출렁거리는 아메리카노 쏟아질까 조심하며 돌아오는데 웃음이 났다. 어린 시절 맛난 아이스크림 손에 쥐고 있다 떨어뜨려 앙~ 울었던 기억도 나고, 자전거 타고 오다가 넘어지기라도 하면 안되지 싶어 조심 조심 돌아왔다. 특별한 데이트는 아닐지 모르지만, 지난 한 주 동안 열심히 살아온 나를 위해 선물을 주니 기분좋고, 다음주에는 더 기운 내서 걸어보자 다짐해 보게 되었다. 어제 외출을 해서 조금 힘들기도 해 오늘 조금 나오는 걸 망설였는데, 역시나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3. 이번 주에 창조성 회복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이 있었는가? 그것을 적는다.
## 하나
다시 도전한 아웨, 모페도 심드렁하고 과제도 밀리고 아티스트 데이트에 대한 기대도 퇴색되어지고, 그냥 포기해 버리고 싶은 마음을 꾹꾹 누르고 그저 담담히 글을 남겼다. 그글에 관심을 갖고 응원의 글을 남겨준 아웨님이 토닥임이 고마웠다. 그냥 지나쳐도 모를 나에게 건내는 담담한 위로, 곁에 있었다면 '그럴수도 있지, 괜찮아' 하며 어깨를 툭툭 다독여 주었을 그 한마디에 괜스레 코끝이 찡해졌다. 창조성을 회복하기 위해 함께 모인 사람들, 그들의 관심어린 다독임, 그 모든열정의 이야기들이 스스로의 감정에 함몰될뻔 했던 나를 다시 일어서게 해주었다. 포기하지 않을거라는 다짐과 함께...
## 두울
토요일, 글벗들과 오랜만에 만났다. 맛있는 커피를 내려준 것도 고마운데, 배달까지 해주어 차 한잔 대접할 생각이었다. 먼저 와 있던 놀다와 시간 맞춰 와준 SA도 함께였다. 함께하기로 했던 나비는 몸이 좋지 않아 되돌아갔다.
서로의 근황을 나누었다. 대학원, 논문, 나무카페 이야기에 이어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꿈속에 만난 어린 자아에 대한 이야기, 결혼 17년만에 고향에 내려간 이야기, 그리고 어린시절을 떠나보내는 의식으로의 글쓰기, 그 뒤로 달라진 글들에 대한 이야기, 놀다의 이야기를 듣는 순간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지금의 나는, 과거를 살아가고 있다. 상처와 환희, 슬픔과 기쁨, 행복과 불행, 실패와 성공이 공존하는 과거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그렇다보니 살아 숨쉬는 지금의 감정을 온전히 누리지 못하고, 글로 남기지 못하고 있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변해간다,
과거의 나 없이 지금의 내가 될 수 없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의 나로 지금을 살아갈 수 없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 사실을 인식했던 건 꽤 되었다. 다만 어떤 식으로 과거와 결별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과거와의 결별을 위한 의식적 행위, 어떤 형식이 되었든 과거와의 결별이 필요함을 깨달은 날,
내 창조성 회복에 중요한 사건이었다고 믿는다.
과거를 떠나보내기 위한 의식, 과거와의 이별을 위해, 나는 어떤 의식을 준비해야 할까?
그 시간들을 준비하고 떠나보내고, 새로 다가온 감정을, 나를 기쁘게 맞이하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