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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내게 준 선물

이끼장미.. 2021. 5. 4. 07:45

2021.05.04. 44일차

 

대학원 진학을 결심했다. 

결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중학생이 된 딸아이 공부습관을 조금 더 잡아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장 컸다.

아이가 중학교 졸업할 때까지 3년이란 시간이 남았으니, 3년만 더 돌봐주면 좋겠다 싶었다.

 

그러나 일터에서의 상황이 그리 여의치 않다. 

코로나 이후, 학교 현장은 급속히 변화되고 있다.

새로운 교수법이 끊임없이 쏟아지고, 이를 적용하는 것도 벅찬 선배들을 본다.

조금 벅차기는 하지만 아직까지는 견딜만한 나는, 문득 두려움을 느낀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던 나를 후회했던 적은 없다. 

나는 아이들을 사랑했고, 그 마음 하나로 여기까지 왔으니까......

아이들이 좋아서 이 일을 택했고, 내가 만났던 아이들을 위해 나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부족함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으로 아이들을 대했다. 

그런 내가, 요즘 들어 자꾸만 자신이 없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한다. 

 

사랑에 대해, 교육에 대해 생각한다. 

내가 내 아이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는 과연 그들의 온전한 성장을 돕고 있을까?

고민이 깊어진다. 

 

어제, 등 뒤에서 명퇴를 고민하는 선배와 이야기를 나눴다. 

육아로 가장 힘들 시기를 직장에서 버틸 때 등 두드려 주며 손 내밀어주었던 선배라, 

그녀의 명퇴 고민에 마음이 쓰였다. 

하나 둘 떠나가는 동료들을 보내며, 선배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리고 나에게도 그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오랜 휴직 끝에 복직할때, 일터로 돌아온 내가 늘 다짐했던 하나,  

아이들에게 더 이상 내어 줄 것이 없을 때에는 미련 없이 일터를 떠나오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한 해 한 해  시간이 흐를수록, 

일터에 존재하는 다양한 모습의 선배들을 모습에 나를 비춰보게 된다.

나는 어떤 모습으로 일터에 남아있을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다.

 

한 때는 관리자를 꿈꾸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음을 나는 오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한 해 한 해 나이를 더해 갈수록, 내가 원하는 것에 조금 더 시간을 내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아이들을 만나는 나의 일을 사랑한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고, 그들의 성장해가는 과정을 보면 행복하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 성장해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계속 나이를 더해갈 것이다. 

모든 자연은 탄생과 소멸의 거치듯, 나 또한 그런 과정을 거스를 수 없음을 안다. 

그러니 나에게 오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겠다. 

 

좋은 줄 모르고 지났던 나의 유년,

불안했지만 두려움을 헤쳐나갈 용기 충만했던 청춘,

죽을 만큼 힘들었지만 너무나 행복했던 아이의 어린 시절,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배운다. 

매 순간 내 삶속에 필요했고,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을 가르쳐 주기 위해 나를 그 시간으로 데리고 갔음을 안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도,

내가 배워야 할 삶의 가르침이 분명 존재할 것임을 잊지 말고,

두려움일랑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걸어가며 삶을 맞이해야겠다.

내게 온 삶 속으로 걸어들어가보자.

그리고 그 삶이 내게 준 선물들을 마음껏 누리며 살아보자.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