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장미.. 2021. 5. 24. 07:43

아무튼 언니

 

 

1. 저자에 대하여 / 원도

경찰관, 다음 생에도 여자로 태어나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 언니들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다.

경찰관속으로를 썼다.

 

2. 목차

- 다시 만난 세계
- 마뉴팍투라 군단
- 오, 나의 시벨
- 운전의 기술
- 모두의 아이돌
- ()니가 뭔데
- 강 언니
- 동생은 어려워
- 태초에 언니가 있었다
- 엄마의 언니
- 조심히 가
- 살아남은 언니들에게

 

3. 가슴을 치고 들어온 구절

12> 그들 한 명 한 명이 무채색이던 나엑 각자의 고유한 색을 입혀주었다. 언니들은 아픈 오빠를 둔 동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나를 받아들였다 따뜻한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나는 그들에게서 신파없이 서로의 고통을 담담하게 대화로 풀어내는 법을 배웠다. 눈물을 동반하지 않고도 상처를 드러내는 법과 눈물을 보일 땐 부끄러움 없이 펑펑 울며 기대는 법을, 시기나 질투 없이 진심으로 누군가를 축하하는 법을, 과거와 미래에 읽매이지 않고, 오롯이 현재를 누리는 법을 배웠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누군가를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누군가를 부양하기 위해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라 마음 내키는 대로 살 권리가 있는 하나의 새명이라는 걸 깨우쳤다. 어둠이 짙게 내린 길에 가로등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28> 우리는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에 떠밀려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숨 돌릴 새도없이 다시 현장에 투입되었다. 당연한 수순이었다. 프라하를 다녀온 일은 마치 하룻밤 꿈처럼 까마득하게 느껴졌고, 격무에 시달리면서 여행을 추억할 여유도 없이 앞만 보고 달렸다. 하지만 모든 게 전과 같진 않았다. 의도하지 않은 고통에 시달릴 때도 무력하게 우는 대신 그 원인을 찾고 해결하기 위해 맞설 수 있었다. 내가 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조건적으로 지지해주는 사람을 적어도 세 명은 알고 있으니까 당당히 그럴 수 있었다.

 

32> 난 딱히 최선을 다하지도 않으면서 경과가 지지부진한 일을 그만두는 것에 미련이 많다. 반면 언니는 집중하고 싶은 대상이 생기면 그것이 일이든 사람이든 촉각을 곤두세워 모든 걸 쏟아부은 뒤 미련없이 이별하는 사람이다.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돌아서는 데 한 치의 망설임도 남지 않는다고 했다. 난 예상을 벗어나는 작은 이벤트에도 과도하게 긴장하기 때문에 무슨 일을 하든 촘촘한 계획을 짜는 타입이고, 언니는 큰 계혹없ㅇ 순간을 즐기는 편이다. 관심사 역시 달라도 너무 다르다. 비슷한 구석이라곤 전혀 없는 우리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욱 풍서해진다. 여행을 갈 때면 5분조차 허투루 쓰지 않기 위해 엑셀로 표를 꾸미는 것도 모자라 플랜 3까지 만드는 나에게, 언니가 즉흥적인 일본 여행을 제안했다. 당시 나는 파출소에서, 언니는 형사팀에서 일을 배우며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다. 상사에게 눈치가 보여 휴가를 내지 못하고 휴일을 끼워맞춰 후쿠오카로 23일 여행을 떠났다. 심지어 언니는 당직 근무가 끝나는 아침에 절도 피의자를 체포하면서 예약한 비행기 대신 세 시간 뒤에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오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계획에 대신 세 시간 뒤에 출발하는 다른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오게 되었다. 이번 여행에선느 계획에 집착하는 너의 스타일을 완전히 버려보라는 언니의 조언에 따라 유심조차 신청하지 않았던 나는 후쿠오카 공항에서 먹통인 휴대전화만 붙든 채 하염없이 언니를 기다렸다. 도대체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허공으로 날아가는 시간이 아까워조마심이 났다. 그런데 두시간 정도 지나자 두려움과 걱정이 낮아들고 여유가 찾아왔다. 이미 한국에서부터 녹초가 된 상태로 출발한 언니가 뒤늦게 후쿠오카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올 쯤에는 미소로 반겨줄 수 있을 만큼 정상 컨디션을 회복했다.

 

83> 혼자, 그것도 냉정한 구석이 꽤 많은 서울에서 자리를 잡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닐텐데 언니의 공간 속에는 현실의 고단함과 그럼에도 나아질 날을 위해 노력하는 희망이 사이좋게 둘러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듯했다. 이 공간의 온기가 꺼지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했다.

 

언니 없는 언니 집에 드러누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인간의 강인함에 대해 생각했다. 동시에 선함에 대해서도. 강함과 선함. 나란히 쓸 수 있는 단어일까. 경찰관이 되기 전까지 강한 사람이란 정말 말 그대로 힘이 센 사람이거나 드라마와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인물처럼 불의를 참지 못하고 옳은 일이라면 불구덩이에도 뛰어드는 사람이라 단정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스크린 속을, 어떤 말이든 얹기 쉬운 휴대전화 액정속을 벗어나 진짜 현실에서 마주하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딱 한 발자국만큼만 앞으로 가는 사람이다.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앞만 보고 가는 장군같은 사람이 아니다. 가끔 현실에 타협하고 자주 자괴감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옳은 방향을 향해 엔진없는 오리 배의 페달을 낑낑기리며 밟는 사람이다. 악을 쓰고 욕을 하면서도 결국엔 가슴이 시키는 정의를 따르는 사람이다. 실제로 보았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사람이 없는데도 멈추고서 뒤차들이 경적 소리로 합창을 해도 보행등의 초록불이 꺼질 때까지 기다리는 사람, 바삐 걷는 와중에 길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외면하지 않고 다가가 무슨 일이냐 묻는 사람, 일회용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귀찮아도 꼭 개인용 텀블러를 갖고 다니는 사람, 작은 돈이라도 꾸준히 기부하는 사람, 한동안 보이지 않는 이웃이 걱정돼 혼자 오버하는 걸까 짐짓 걱정하면서도 기어코 그 집 문을 두드리며 안부를 확인하는 사람, 버스나 지하철에서 임산부와 장애인 같은 교통 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 멀리서 뛰어오는 누군가를 위해 문을 잡아주는 사람, 승객이 모두 앉은 걸 확인하고서야 버스를 출발시키는 사람, 시간ㅇ르 내어 타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영화관 옆 좌석의 누군가가 코를 훌쩍일 때 마침 갖고 있던 휴지 몇 장을 건네는 사람, 불편함을 느끼는 타인을 위해 조심스레 개선책을 제안하는 사람, 국민 청원 링크에 동의 버튼을 누르고 널리 공유하는 사람....이 모든 이가 나에겐 강한 사람, 동시에 선한 사람이다.

 

87> 나는 선한 사람이 잘되기를 바란다. 현실의 영웅들이, 그들이 쥐어짜낸 용기만큼 합다한 무언가를 꼭 받기를 바란다. 즉각적인 보상은 아니라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막연한 희망이라도 얻길 바란다. 그런 보잘것없는 믿음이라도 있어야 나도 누군가의 영웅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신입이 저지른 실수를 호캐하게 웃어념겨주는 선배가 될 수 있으니까. 훗날 동생이 생겼을 때 언니로서 하룻밤 걱정 없이 묵고 갈 수 있는 안식처를 제공해줄 수 있으니까. 동기들의 안위를 살피고 동생의 마음을 안아준 강 언니가, 퇴근 후 짬을 내어 가죽 공방에 다닌다는 언니가 있는 언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가죽을 덧대어 실로 꿰매듯 언니의 꿈과 희망을 살뜰히 꿰매 촘촘하고도 튼튼한 삶을 살기를 바란다.

 

4. 리뷰

아무튼 시리즈, 가볍게 읽기 좋아 자꾸만 손이 간다. 

가방속에 쓰윽 넣어가지고 다니기에도 좋게 아담한 사이즈라 더 좋다.

크기가 작다고 내용까지 가벼울거라 생각하면 오산.

이번에 골라든 아무튼 언니도 내겐 그랬다.

이세상 언니들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욱 사랑하게 된 저자의  이야기에 나도 흠뻑 빠져들었다.  

 

남초집단에 소속되어 살아가는 경찰관 원도의 이야기, 

이야기 속 언니들과 그녀가 서로를 아끼고 지지하며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이야기는 충분히 감동적이다. 

아이와 남편의 이야기가 아닌, 자신들의 세계를 지키고 이어가는 더 많은 언니들의 이야기가 이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에서 약자일수밖에 없는 수많은 언니들에게 그녀가 전하는 강인한 메세지를 읽는다.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스크린 속을, 어떤 말이든 얹기 쉬운 휴대전화 액정속을 벗어나 진짜 현실에서 마주하는 진정으로 강한 사람은 딱 한 발자국만큼만 앞으로 가는 사람이다.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굳건히 앞만 보고 가는 장군같은 사람이 아니다. 가끔 현실에 타협하고 자주 자괴감에 시달리면서도 어떻게든 옳은 방향을 향해 엔진없는 오리 배의 페달을 낑낑기리며 밟는 사람이다. 악을 쓰고 욕을 하면서도 결국엔 가슴이 시키는 정의를 따르는 사람이다

 

그녀의 메세지가 진실이라면, 언니들은 충분히 강할 수 있다. 

그리고 나도 진정으로 강인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싶어진다.

불어오는 풍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나이지만,

앞만보고 가기에는 마음에 걸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주저하기는 하지만,

현실과의 타협으로 때때로 찾아오는 우울감을 견디기 힘들때도 있지만,

어떻게든 옳은 방향으로 가기 위해 엔진없는 오리배의 페달을 낑낑거리는 노력은 할 수 있을것 같다.

그 시작으로 나는 오늘도 읽고, 쓰며 하루를 시작한다. 

이것이 내가 강인함을 위해 노력하는 방법이고,

흔들림없이 내 삶을 한발자국 내딛는 노력임을 기억하고,

오늘 하루도 용기내어 삶속으로 걸어들어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