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산책
2021.06.05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 날~
새벽에 눈을 떴다.
누워서 조금 뒤척이는데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
'산책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옷가지를 챙겨입고 커피 한잔을 내려 산책로에 들어선다.
공사를 하려는지 뒤집혀진 산책로가 아쉽지만, 좋아하던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물살이 제법 센지 거슬러 오르려는 물고기들이 낑낑 거리며 버티다가 하나 둘 흘러 내려간다.
징검다리 뒤에 숨어 물살을 피해보는 물고기도 조금 더 버텨보지만 결국은 물살과 함께 흘러 내려갔다.
삶도 이와 같은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움켜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내겐 많았다.
젊음이 그랬고, 사랑이 그랬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거라 생각했던 부모,
하나를 주면 열을 되돌려주던 아이,
무엇이든 이룰수 있다고 여긴 무모한 젊음까지도
한오라기라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움켜쥐고 있던 손아귀의 힘이 풀린다.
이리저리 흔들리는 부모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고,
열을 주면 하나를 되돌려주는 사춘기 아이를 만난다.
도전이 두려워지는 중년의 나이가 된 나는,
이제 조금씩 움켜쥔 것들을 놓는 것을 배운다.
아직은 쉽지않지만, 가끔은 홀가분한 마음이 되기도 한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들을 보며,
내 뜻대로 되기를 원했던 나를 포기하고 나니,
마음에 평화가 찾아온다.
평화로운 마음은 삶을 조금 더 그윽하게 만든다.
결국 삶은 징검다리 뒤에 숨어 안간힘을 써보는 과정을 경험해보고,
물살에 내 몸을 실어 보내는 것임을 배운다.
물살에 흘러가게 된 물고기는 어쩌면 더 커다란 물을 만나고, 더 다양한 친구를 만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삶이었음을 흘러가보고서야 알게 될 것이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움켜쥔 것들을 흘려 보내는 지금을 서러워하지 말아야 겠다.
그 또한 삶이었음을 이해할 수 있을때까지,
삶의 물살에 나를 실어 흘려 보내는 내가 되고 싶다.
그러다보면 또 새로운 길이 내 앞에 펼쳐질 것임을 알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