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2020. 4월
외유내강, 스토너
스토너 그는 누구인가? (인물 탐구)
유년시절 / 고된 기억
자신이 기억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던 그는, 집에서 하는 허드렛일과 조금 덜 피곤한 허드렛일같은 학교 공부를 했다. 늙은 부모의 굼뜨고 약해지는 모습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의 자신의 삶이 조금 더 많은 밭일을 하게 될거라는 생각을 품게 했다. 이런 자신의 생각과 달리 그의 부모는 조금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스토너를 대학에 보냈다.
대학시절 / 부모의 삶으로부터의 독립
의도하진 않았지만 스토너는 대학에서 자신이 누구이고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 배웠다. 그 깨우침을 이끌어준 사람(아치슬론)을 만났고, 책을 만났다. 그 만남이 스토너를 과거와 결별하게 했다. 그(스토너)는 부모의 삶과 자신의 삶을 분리시키는 법을 배웠고, 자신의 삶을 선택해 걸어갔다. 언제나 그러했듯 부모는 자식의 선택을 책망하지 않았고, 그들의 삶을 살아갔다.
결혼 / 아내 이디스와의 사랑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이디스에게 사랑에 빠졌다고 느낀 그는 결혼을 했다. 그 결혼이 자신의 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이라는 믿음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해할 수 없었던 이디스의 불안한 삶을 어떻게 품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던 그는, 인내하고 기다렸다.
가족 / 딸 그레이스와의 추억
이디스에게 줄 수 없는 사랑을 딸에게는 줄 수 있었고, 아이를 돌보는 일이 이렇게 기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할만큼 (p124) 그레이스를 사랑했다. 그러나 그는 이디스의 폭력적 상황으로부터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행복을 위해 삶을 선택하지 못하고, 회피하기 위해 타인을 이용하며 지치고 상처받은 딸아이의 아픔을 조금이라도 줄여주고 싶었지만 자신이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p382> ‘넌 아주 예쁜 아이였다. 서재에서 내가 일할떼 네가 옆에 앉아 있곤 했찌. 너느 아주 조용했고 스탠드 불빛이 책이나 그림에 아이답게 푹 빠져 있는 그레이스의 작은 얼굴에 흡수되어 그 매끈한 살갖이 방의 어둠속에서 밝게 빛났다. 멀리서 아이의 작은 웃음소리가 메아리쳤다. “그렇지.”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 아이의 지금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랬어” 그가 다시 말했다. “넌 항상 거기 있었다.”
사랑 / 캐서린과의 사랑
아내가 있는 스토너의 불륜의 장면, 캐서린과 사랑에 빠지는 그 장면이 싫지 않았다. 늘 인내해야 했던 그이기에, 죽기 전에 자신이 원하는 사랑을 누렸으면 싶었다. 하지만 사회적 제약은 그 사랑을 인정하지 않았고 사랑은 떠나갔다. 떠나간 사랑을 애써 잡지는 못했지만, 함께했던 사랑의 시간들이 그의 삶을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으리라 믿는다.
가르치는 일 / 사회적 욕망에 대하여
사회적 욕망과는 거리가 먼 그는 가르치는 일을 사랑했다. 자신의 건강상태를 알고 난 이후, 느닷없이 결정한 자신의 정년퇴임 모임에서의 다음과 같이 말했다.
375> 저는 이 대학에서 거의 40년 동안 학생들을 가르쳤습니다. 교육자가 되지 않았다면 과연 무슨 일을 하며 살았을지 모르겠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지 않았다면, 아마 저는......“ 그는 정신이 다른 곳에 가 있는 사람처럼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단호하게 말했다. ”제가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해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고, 그 길을 흔들림없이 가며 살아왔던 그의 인생이 반짝반짝 빛나는 대목이었다. 자신이 걸어온 삶에 대한 후회없는 단호함이 그를 더욱 빛나게 만들었다.
우정 / 고든과 매스터스
서로 다른 모습
스토너에게 배운점 –
1. 순응 / 받아들임
이디스의 폭력적 행동, 캠퍼스에서 벌어지는 이해타산적 움직임, 학과장의 치졸한 멸시와 괴롭힘도 그는 아무런 저항없이 받아들였다. 그런 평온한 반응이 화가나 날뛰는 상대를 더욱 자극할만한 일이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것뿐이었는지도 몰랐다. 그러나 자신의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고, 삶의 물살에 자신을 실려 보내는 그의 순응적 삶은, 결국 삶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임을 알게 되었다. 세상을 바꾸려 할수록 힘이 들지만, 그는 바꾸려 하지 않았다.
2. 온전함
순응적이지만 그의 삶이 유약하지 않음은 자신의 삶 앞에서는 강인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결정적 순간에 그는 인정에 얽매여 자신의 온전함을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이 돌아올 순간을 기다리며 고된 삶을 견딘 부모에게 자신의 삶을 선택하겠노라 말하는 고통을 견디는 그는 강인해보였다. 학과장 자리에서 밀려나는 순간을 마주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길이아님을 알고 있던 사회적 명예에 마음을 쓰지 않는 모습도 존경스러웠다. 늘 이상과 현실 속에 갈팡질팡하는 나로서는 그의 온전함을 배우고 싶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 해내고 싶은지를 알고, 40여년 동안 한길을 걸어간 그의 삶이 고마웠다. 내가 가르치는 일을 선택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를 되돌아보게 해주었다.
3. 책임감
자신이 선택한 삶에 대해 책임지려는 모습을 배운다. 자신이 선택한 가르치는 일, 자신이 선택한 사랑 이디스와 딸 그레이스, 그는 그 선택들에 최선을 다했다. 도망치려하거나 포기하지 않았고, 최선의 노력으로 그들을 이해하고 사랑하려 노력했고, 더 사랑하지 못했던 자신을 책망했다. 그 모습을 배우고 싶다.
내가 원하는 삶
나는 늘 내 삶이 지금과 다르기를 바랬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를 갈망했다. 갈망이 커질수록 삶은 비루하고 패배감에 휩싸이고 조급해졌다. 조급함이 초조함으로 변해버리면 우울감으로 돌변해 나를 뒤집어 씌울것만 같아 두려웠다. 그 두려움을 회피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 여겼다. 회피는 절필을 가져오고, 절필은 사고를 무디게 한다. 무딘 생각이 초연함을 가져다줄거라 기대했지만, 여전히 내 마음은 갈팡질팡이다.
그런 내 삶에 스토너가 찾아왔다. 그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저 자신의 삶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참을 수 없는 고통의 순간을 그가 어떻게 견디어 가는지를 보며, 내가 원했던 것은 불가능한 삶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늘 행복한 삶을 꿈꾸지만, 행복은 길고긴 삶의 고통속에 간간이 얼굴을 내미는 순간이다. 그 순간이 행복인줄을 지나고 나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그렇게 그도 자신의 삶을 회상하며 자신의 삶을 마무리 한지도 몰랐다.
삶에서 무엇을 기대했나?
자신을 속여가며 불가능을 기대하느라 힘들었던 것은 아닌지 내 자신에게 묻고 싶다.
여전히 응어리진 내 마음의 상처들, 그 상처를 치유하느라 온전함을 포기하는 삶을 선택하지는 말아야 겠다. 그저 내 자신의 온전함을 위해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그러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순응‘하는 마음이다. 내 삶에 순응하고 묵묵히 나 자신의 온전함을 위한 여정을 시작하는 일, 그 여정을 선택하고 책임져 가는 것, 그것이 앞으로의 내 삶에 내가 기대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