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비폭력 대화’가 내게 준 선물

이끼장미.. 2020. 8. 30. 20:03

힘든 일상을 견디던 끝에 병이 났다. 이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져 나와 온전히 나로 존재할 시간이 내겐 절실했다. 이번만큼 방학이 절실했던 적도 없다.

그저 단순히 피곤하고 지친 것이 아님을 알아차린 건 시간을 흘려보내고, 개학을 목전에 두고서였다. 이번 모임은 열심히 준비하겠노라 다짐했지만, 열심히는커녕 책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채 시간이 흘러간다. 더 이상은 미뤄둘 수 없는 지난 주말이 되어서야 나는 비폭력 대화를 읽기 시작했다.

복직 즈음 교육계는 회복적 생활교육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한창 유행했던 대화법이라지만, 무던히도 힘들게 했던 아이들 때문에 비폭력 대화의 실효성에 의문을 가지고 있던 터라,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쉼이 필요한 이 시기에 교육과는 저 멀리 떨어진 주제를 이야기 하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읽기가 더 지연되었다.

 

그런데 웬걸, 읽기 시작한 지 채 몇 장 되지도 않아 가슴을 치는 구절들이 빗발친다. 온갖 부정적 감정으로 어둠의 심연을 헤매이고 있는 나의 느낌을 조금 더 세심히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지금 나의 부정적 감정이 욕구가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을 알아차리고, 그 느낌에 하나 둘 이름을 부텨 준다. 피곤하고, 힘겹고, 침울하고, 힘이 빠지고, 답답한 마음은 어느새 자기 회의에 빠지게 했음을 알아 차린다(P90/4)

 

자신의 느낌을 명확하고 구체적으로 표현하고 자신의 솔직한 내면을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에게 많은 위로가 된다. 그 느낌속에 숨겨진 나의 욕구를 알아차리고 그 느낌에 책임지고(5) 삶의 풍요를 위한 부탁(6)을 통해 서로의 욕구를 존중 받을 수 있는 비폭력 대화매력이 철철 넘친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이를 생활속에서 실천하기는 또 다른 문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전해 본다.

 

매력적인 챕터가 많았지만 내가 고른 것은 13장 자신을 자유롭게 하고 다른 사람을 돕기와 14NVC로 감사 표현하기였다.

 

자신이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을 남에게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p183)는 저자의 말에 나는 동의한다. 내 자신이 자유로워지지 않고서 다른 사람을 돕기란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에 13장을 골랐다.

 

요즘 계속되던 자기비판은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게 했고, 결국 자신의 욕구와 단절된 상태임을 알려주는 신호(330p)라는 일깨움에 눈이 번쩍 뜨였다. 나는 늘 무언가를 더 해야만 한다는 생각에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내 자신에게도 가혹했다. 결국 할 일도 다 못하고 지지부진한 채로 머무르며, 스스로에 대한 비판적 내면의 소리 때문에 괴로워하곤 했다. 그러나 13장을 읽고는 그런 나를 다독여 갔다.

자신의 잘못보다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집중함으로써 좀 더 평화로운 마음 상태에 이르기(P333), 부정적 메시지를 느낌과 욕구로 바꿈으로써 자신과 더욱 소통을 잘하고 싶었다.

 

방학하며 세워둔 무수히 많았던 계획들, 시간이 많았음에도 나는 하염없이 그 시간을 흘려보내며 무의욕의 상태에 머물렀다. 뭔가 하고자 하는 마음이 들기를 기다려보지만 체력이 받쳐주질 않아 이내 잠들기 일쑤다. 자기와의 약속을 어겼다는 잘못보다,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기 위해 체력을 길러야 겠다는 생각으로 예쁜 운동복을 2벌 장만했다. 그리고 홈트를 시작했다. 운동을 시작한다는 건, 내게 큰 의미를 지닌다. 내가 하고 싶은 일(글쓰기)을 위해 체력보강은 절실하다. 운동을 시작한다는 건, 글을 쓰기 위한 내가 되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믿는다. 비폭력 대화가 나를 자유롭게 해주었다. 이제 그 자유로움을 다른 사람과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NVC로 감사 표현하기

도저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던 어둠의 심연을 걸으며, 포기하지 않고 모닝페이지를 썼다. 어두컴컴한 동굴 속을 걸으며 한발 한발 내딛으며 앞을 향해 걸어왔다. 그러다 보니 희미한 빛줄기 하나가 보이기 시작한다.

보이지 않는 어둠을 견디게 해준 사람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그 귀한 분들게 NVC로 감사를 표현해 보며, 이 글을 마무리 한다.

 

NVC로 감사 표현하기의 세 가지 요소

1) 우리의 행복에 기여한 그 사람의 행동

2) 그 행동으로 충족된 나의 욕구

3) 그 욕구들이 충족되어 생기는 즐거운 느낌

 

 

나의 글 선생님,  김OO 선생님

늦어지는 글에 타박하기 보다는 기다려준 선생님이 계셔서 고무된 느낌이 들었다.

언제든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안정감을 주었다.

그곳에서 기다려주실 선생님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나의 글벗 OO씨

외롭고 어려운 시간 함께 걸어와 준 글벗 OO씨의 격려어린 이야기와 댓글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앞으로도 글쓰며 사는 삶을 살아갈 힘이 나는 즐거움을 선물해진 OO씨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