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0.09.23 - 3일차(준비되지 않은 이별)

이끼장미.. 2020. 9. 23. 22:25

아이 1학년때 우리집에 온 거북이 두마리 동글이와 넙적이

동글이가 한동안 눈병을 앓아 아이가 정성껏 치료해 주고 있다. 

요즘 일교차가 심해져 밤낮으로 어찌나 지극정성인지 모른다. 

물도 자주 갈아주고, 먹을것도 듬뿍 듬뿍 챙겨주고,

등껍질이 더럽다고 솔로 살살 목욕도 씻겨주고......

 

오늘도 저녁먹고 제일 먼저 한 일은 녀석의 팻들 저녁 챙겨주기

가장 마지막에 저녁 챙겨주러 베란다 나간 아이 얼굴이 하얗게 변해 나왔다. 

 

- 엄마, 거북이가 안 움직여... 죽은거 같아. 

- 어머 정말?

 

엄마, 아빠 둘다 깜짝 놀라 베란다로 가보니, 

동글이는 목과 다리를 집어넣고 움츠리는데 넙적이는 반응이 없다.  

팔다리를 축 늘어뜨린 모습을 보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 왜 죽었을까? 

- 요즘에 잘 안먹었어. 내가 밥도 많이 넣어 줬는데 잘 안먹었어. 

 

- 아 그랬어?

- 응

 

아빠랑 장례 치뤄주러 나갈때까지만 해도 잘 참더니, 

묻어주고 와서는 펑펑 운다. 

엄마도 아빠도 마음이 너무 좋지 않다. 

우리집에 온 애완팻들중 가장 오랜동안 함께하기도 했고, 

처음 올때보다 부쩍 커진 등딱지가 신기방기해하며 정성 다해 키웠던 터였다. 

 

울고 싶은 마음이 들지만, 아이가 더 울까봐 애써 참았다. 

한참을 엄마 품에 안겨 울더니 샤워하러 들어가 한참을 있다 나온다. 

녀석에게도 슬퍼할 시간이 필요하겠지 싶어 그냥 두었다. 

눈 아픈 동글이가 외롭지 않을까 싶어 걱정이 된다.

그래도 아직은 새 짝꿍을 데려오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새 짝꿍이 오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수없이 많은 애완팻을 보내며 이젠 익숙해질만도 한데,  

떠나보내는 시간은 늘 아프다.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일은, 

아이에게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얼마나 더 많은 이별을 맞이하게 될까?

얼마나 연습을 하면 이별도 자연스러운 삶의 과정중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이 든다. 

 

최근에 피아노 선생님의 어머님 부고 소식을 들었다. 

아이와 함께 레슨 갈때면 늘 쇼파에 앉아 계시곤 했다. 

함께 손잡고 레슨 받으러 가는게 그리 좋아보이셨는지, 

우리를 보면 이쁘다고 보기좋다고 말씀해 주시곤 했다. 

 

흐뭇해 하시며 늘 따뜻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몸이 안놓으시다고 하더니, 

수술하시고는 회복이 늦어지신다고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는 며칠 후에 날아온 부고 소식...... 

 

큰일 마무리 지으시고 다시 피아노 레슨을 시작한 날......

선생님 손을 꼬옥 잡아 드리는데, 왜 그리 눈물이 나던지...

남의 일 같지 않고, 나에게도 언젠가 다가올 일이라는 생각에 

더 마음이 아프다.

아직은 괜찮으시지만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부모님 생각을 하니, 더 애가 탄다.  

 

그리고 홀로 자라는 우리 아이....

엄마 아빠 보내는 그 힘든 순간을 혼자 감당해야겠구나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프고 슬픈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혼이 났다. 

 

준비할 수 없는 이별이기에 더 마음 아프겠지만, 

회한으로 가슴을 치며 후회하지 않도록 

함께 할 때 최선을 다해 사랑해야겠다. 

 

아이도, 남편도, 그리고 나의 부모님도,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그리고 내일은 더 많이 사랑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