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다가오는 말들 (리뷰)

이끼장미.. 2020. 10. 3. 23:31

 서평『다가오는 말들』리뷰

나와 당신을 연결하는 이해와 공감의 말들

 

 

 

누구나 살아온 경험으로 글을 쓸 수 있을 때 세상이 나아진다는 믿음.

그 믿음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피해자,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회적 약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글쓰기 워크숍 진행(활동).

그 믿음과 삶을 글로 써내려간 다가오는 말들이 마음을 두드린다. 그 두드림에 용기내어 마음을 내어주니 글들이 하나둘 가슴팍을 파고든다.

 

마음깊이 들어온 글들은 이내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 <1부 나를 천천히 들여다 보면>에는 스스로를 돌아보는 은유의 삶과 글에 스스로의 삶을 비춰어 보게 한다. 엄마로서, 딸로 살아왔던 그녀의 삶은 사사로운 개인의 삶이 아니라, 결국 저자와 자신을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어 스스로의 삶을 끌어올린다. 그렇게 저자의 삶은 내 삶으로 이어된다.

 

그렇게 만나게 된 자아는 <2부 당신의 삶에 밑줄을 긋다가>로 조금씩 확장되어 간다. 사랑을 알기 위해서는 사랑에 빠지지 않는 한 사랑은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슬픔을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보여주며, 여성의 삶을 있는 그대로 이해해 줄 수 있는 시선과 언어의 부재에 대해 이야기 한다. 그렇게 자아는 조금씩 세상과 만난다.

 

그렇게 나에게서 너에게로 확장된 자아는 우리가 된다. 그 우리를 <3부 우리라는 느낌이 그리울 무렵>에서 만날 수 있다. 별개의 삶이라 생각했던 아이와 어른,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 젊은이와 기성세대, 무궁화호와 KTX에 탑승한 승객들, 가진자의 밥상 뒤에 숨겨진 착취의 실상들을 만난다. 무심히 흘려 보냈을 삶속에서, 무심히 건냈을 이야기들 속에서 서로를 배려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없었는지 돌아보게 만든다.

 

우리로 확장된 시선으로 세상을 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여전히 이해 불가한 것들 투성이다. 그 낯선 세상을 <4부 낯선 세계와 마주했을 때>와 만난다. 화장하는 아이들의 권리가 멀지 않았다는 시선, 평범이라는 착각과 정상이라는 환영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중심부에 살고 있는 자와 주변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들, 낯설지만 존재하고 있는 무수한 삶을 담담한 필체로 써내려간 그녀의 시선을 따라 낯선 세계와 만난다.

 

, , 우리, 낯선 세계로의 여행은 결국 어려운 여정이 아니었음을 <5부 주위를 조금 세심히 돌아보면>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조금만 세심히 둘러보면 저마다의 삶을 굳건히 견디어 내고 있는 무수히 많은 삶을 만날 수 있다. 아이와 어른, 명령과 복종, 피해자와 가해자, 대기업과 노동자 등......

 

열심히 산다고 살았는데 슬픔이나 분노같은 감정이 메말라서 고민이라는, 돈이나 스펙이 나닌 슬픔 없음을 근심하는 사람의 탄생이 내심 반가웠던((307) 저자의 그 간절함이 내게도 깊이 다가온다.

 

한사람은 어떻게 자기감정과 느낌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이 물음은 어떻게 인간다운 세상이 가능한가와 닿아 있다.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은 각자 저마다의 위치에서 끊임없이 질문하고 무수히 많은 깨어있는 자아에게 있을 것이다.

 

삶은 상호 의존적이라는 점은 무시되고, 개개인은 고립된 채 자기 이익을 챙기는 것에 최상의 가치를 두도록 세상(342)에 반기를 든 자아들이, 자신의 삶을 너에게로 확장하여 우리가 될 때, 그 우리가 무가치하고 무의미해 보이는 일에 무모하게 시간을 보낼 때(342) 우리곁을 지키는 무던한 사람이 되어 함께 변치 않는 신념을 위해 함께 노래할 수 있지 않을까?

 

인간다운 세상은 가능하다는 변치 않는 신념을 위해 함께 노래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말들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