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플라톤 초기 대화편-뤼시스, 라케스, 카르미데스」 소감문

이끼장미.. 2020. 10. 14. 06:36

2019년 하반기, 깊이 있는 책을 함께 읽는다는 설레임과 함께 첫책 플라톤 초기 대화편-뤼시스, 라케스, 카르미데스를 만났다. 깊이 있는 책을 읽으면, 내 영혼의 깊이도 덩달아 깊어질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책장을 넘겼다. 그렇게 한 장 두 장 넘겨가며 우정, 용기, 절제에 대한 소크라테스의 대화속으로 함께 걸어 들어갔다.

 

그동안 읽어왔던 일련의 책들이 그러하듯, 이 책 한권이면 우정용기절제에 대한 나름의 정의를 안내받고, 그 안내에 따라 나의 과거를 되짚어 보고, 현재를 점검하여, 미래의 삶을 설계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여러번 다시 읽고, 필사하며 정리해보려 노력했던 책장을 덮은 지금, 내가 얻은 것은 우정, 용기, 절제에 대해 알지 못하는 나를 알게 되었다는 점이다.

 

대화편 뤼시스에서 소크라테스는 메넥세노스와 뤼시스에게 질문을 던진다.

 

36> 메넥세노스,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해주게. 나는 어릴 때부터 갖고 싶은 것이 있네.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것이 다른데..... 나는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메추라기나 수탉보다도, 아니 제우스에 맹세코, 말이나 개보다도 훌륭한 친구를 얻고 싶네. 게에 맹세코, 나는 다레이오스의 황금보다도, 아니 다레이오스 자신보다도 훨씬 더 친구를 갖고 싶을 듯한. 그만큼 나는 친구를 사랑한다네. 그래서 나는 자네와 뤼시스를 보며 감동하는 것이며, 자네들이 아직도 젊은 나이에 내가 원하는 것을 그토록 힘들이지 않고 일찌감치 얻을 수 있었던 행운을 축하하는 것이라네. 자네들은 한쪽이 다른 쪽을 진정한 친구로 삼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는커녕 어떻게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의 친구가 되는지도 모른다네.

 

사람들은 저마다 원하는 것이 다르다는데, 내가 어릴때부터 갖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우정에 대해 깊이 생각하고 질문을 던질 만큼 나는 과연 훌륭한 친구를 간절히 원했을까? 그동안 내가 우정이라 생각했던 친구들은 내게 무엇이엇을까? 나는 그들에게, 그들은 나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내게 던져진 질문들 어느 하나에 변변한 답을 찾지 못했다.

 

내게도 한때는 우정이 전부라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다. 진정한 친구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친구들과 함께할 때 최선을 다했고,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한 때 우정을 나누었던 친구들 이었다. 서로의 유사함에 끌렸고, 서로의 다른 점에서 훌륭한 점을 배웠다. 그러나 그 친구들, 저마다의 공간에서 저마다의 시간을 살아가는 지금, 서로에게 우정이라 부를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할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데, 소크라테스와 뤼시시의 대화는 작은 출발이 된다. 우정에서 쓸모 있음의 중요성을 내게 적용해 본다. 함께하는 공간이 달라진 옛 친구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내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결국은 서로가 서로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만남, 그 만남이 서로에게 유용한 의미를 안겨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더불어 소크라테스가 젊은 청년들을 친구로 여기고 토론하기를 즐겼던 것처럼, 나또한 우정을 나누는 관계의 범주를 확장시켜 나가고 싶다. 그렇게 확장된 관계에, 선생님께서 소개해주신 우정의 요소들을 살펴 진정한 친구를 만나고 싶다.

 

대화편 라케스에서는 라케스와 니키아스의 서로 다른 견해를 중재하는 소크라테스의 토론을 통해 용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당시에도 자녀 교육에 대한 열기를 엿볼 수 있어 흥미로웠고, 당시의 사회적 배경에서 추출된 용기의 미덕에 대한 탐구를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토론을 통해 용기는 지혜를 동반한 혼의 인내임을 알게 되었다. 지혜롭기 위해서는 무엇이 두려움에 떨게 하고, 무엇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지 검토하자는 그들의 제안은 용기에 대해 깊이 생각하기에 유용했다.

 

요즘 방학을 맞이한 아이와 함께 역사동영상(유투브 기억록)을 하나씩 보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 주로 일제 강점기의 독립운동가나 독재정권에서 민주화 운동을 해나갔던 사람들에 대한 기억과 기록에 대한 이야기다. 독립을 위해, 민주주의를 위해 용기를 발휘한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위해 용기를 내야 할까? 세상이 원하는 삶(, 명예, 권력)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며,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내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야 겠다.

 

대화편 카르미데스에서는 두통을 치유하기 위해 먼저 혼을 돌봐야 한다는 이야기를 시작으로 혼의 절제가 머리와 몸의 다른 부분을 치유하기 쉽다는 논리로 토론을 전개하며 절제에 대해 탐구하기 시작한다. 이러한 토론을 통해 카르미데스는 차분함, 부끄러움, 자기 할 일을 아는 것을 절제의 요소로 답했다.

 

내가 생각하는 절제는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이성적 판단력이다. 복직 이후 꼬박 1년반을 운동을 쉬었다. ‘건강의 중요성을 알면서도 아이의 적응이 더 시급했다. 그러는 사이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다. 다행히 글쓰기 수업은 유지했고, 자신을 대면하는 최소한의 시간은 지켜냈다. 그 시간 덕분에 아이의 적응을 돕는다는 명목 뒤에 숨겨진 엄마의 욕구를 발견했다.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는 일상을 잘 관리해야 한다. 출근하면 선생으로, 퇴근하면 엄마로 살아가다 보면, 나 자신으로 존재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아이의 적응을 돕는다는 명목으로 아이 곁에 머물렀고,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삶에 관여하고 싶은 욕구가 커졌다. ‘아이의 삶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엄마가 될까 두려웠다. ‘절제가 필요한 순간이다. 그런 나를 위해 방학이 시작되는 날, ‘운동을 시작했다. 아이의 온전한 삶을 지켜주기 위해 꼭 필요한 절제였다고 믿는다. 절제된 사랑이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오랫동안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행복을 극대화하고 싶다면 절제를 제대로 알고 배워라. 절제의 본질을 알면 오해가 걷힌다.

-선생님 글 중에서

 

20197월 한 달 동안 플라톤 초기 대화편-뤼시스, 라케스, 카르미데스를 읽으며 우정, 용기, 절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었다. 치열한 사유의 시간들은 나에게 무엇을 선물해 줄까?

 

나의 일상 속에 만나는 사람들(친구들)과의 관계속에서 상응, 진솔, 배려, 충정의 우정을 실천하고,

세상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용기를 내며,

아이의 삶에 엄마의 삶을 투영하려는 부작용을 인식하고 절제할 수 있을 때,

내가 원하는 행복한 삶이 곁에 살포시 머물러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