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딧세이아』를 읽고......
신과 같은, 지략이 뛰어난, 마음이 너그러운, 참을성 많은, 고귀한, 제우스의 후손......
오뒷세이아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수식어들 중 으뜸을 꼽으라면 나는 단연코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를 선택할 것이다.
귀향에 대한 오뒷세우스의 열망, 그 과정에서 감당해야 할 수많은 고난과 시련들 앞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았던 그라면, ‘참을성 많은’ 이라는 수식어를 받기에 충분하다. 지난한 귀향의 여정, 그를 유혹하는 수많은 손길들에도 불구하고 그의 마음속에 ‘귀향’에 대한 열망을 품을 수 있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갓 태어난 아들에 대해 다하지 못한 사랑의 마음이었을까? 부모와 아이를 맡겨두고 떠나온 아내 페넬로페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었을까? 자신을 기다리며 눈물로 지새울 아비 라에르테스에 대한 효성 때문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기다리고 있을 수많은 하인과 백성들에 대한 책임감 때문이었을까? 그 어떤 것이었다 해도 오뒷세우스의 강력한 삶의 동력이었던 ‘귀향’에 대해 부러움이 일었다.
내 삶의 동력은 무엇일까? 오뒷세우스를 향했던 질문이 내게 다가온다.
나 ‘성취’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왔던 삶에 제동이 결리기 시작한 건 온전히 ‘아이’를 돌보게 되면서 부터였다. ‘성취’와 ‘아이’ 두 가지 목표를 향한 힘든 여정은 지금까지의 일상에 균열을 남겼고, 그 균열은 내 삶의 지향점을 다시금 생각하게 했다. 균열로 인한 고통이 이 더 이상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을 때가 돼서야 지향점을 다시 찾았고, 그때의 나는 ‘아이’곁으로 돌아왔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더 없이 즐겁고 행복했지만, 아이가 떠나버린 이후의 허전함을 감당해 낼 자신은 없었다. ‘칼륍소의 동굴’속에서 시간을 보내던 오뒷세우스의 마음이 이런 마음이었을까? 문득 생각해 본다. 아이 곁에 잠시 머무르지만 내가 돌아가야 할 그곳은 과연 어디였을까?
내가 돌아갈 곳이 어디인지 명료히 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들, 아이와 함께 일상을 잘 보내고 그 하루를 글로 쓰며 사는 삶‘가능할 것도 같았다. 그러나 복직 이후의 분주한 일상은 ’나의 귀향(글쓰며 사는 삶)‘을 더디게 만들고 있다.
수많은 역경과 고난, 함께했던 동료를 잃은 슬픔, 오랜 시간동안 이루지 못한 삶의 목적, 그 마지막 순간(귀향)을 맞이한 오뒷세우스,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에게 삶의 자세를 배운다. 어떤 고난과 역경이 나를 찾아오더라도 가야만 할 곳이라면, 가게 될 것이다. 그곳을 향한 그 길이 순조롭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곳이 내가 가고자 했던 그곳이기를 바란다.
그곳에 내가 바라고 소망했던 나 자신의 삶이 기다리고 있다면 좋겠다. 사랑스러운 텔레마코스와 지혜롭고 현명한 아내 페넬로페가 기다리며 오뒷세우스를 반겨주었던 것처럼, 온전한 내가 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지난 고난과 역경을 즐거이 떠올리며, 내가 되고자 했던 나와 만날 수 있다면 좋겠다. ’온전한 나 자신이 되기 위한 여정‘을 위해 내 삶의 바다에서 출항을 준비한다. 오뒷세우스와 늘 함께했던 아테나의 도움의 손길이 내게도 스며들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