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글쓰기의 최전선』‘왜’ 라고 묻고 ‘느낌’이 쓰게 하라

이끼장미.. 2020. 11. 6. 06:18

 

1. 저자에 대하여 : 은유

글쓰는 사람. 2011년부터 연구공동체 수유너머 R에서, 2015년부터 학습공동체 가장자리에서 글쓰기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성폭력 피해 여성들, 마을공동체 청년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을 위한 글쓰기 강좌도 열었다. 자기 경험에 근거해 읽고 쓰고 말하면서 자기 언어를 만들고 자기 삶을 재구성하는 작업에 뜻을 두고 있다. 평소 니체와 시를 읽으면서 질문과 언어를 구한다. 월간지 에 성폭력 피해 여성 인터뷰를 1년간 연재했고, 산문집 올드걸의 시집(2012)과 인터뷰집 도시기획자들(2013) 등을 펴냈다.

 

2. 목차

나는 왜 쓰는가

들어가며 : 글쓰기의 최전선으로

 

PART 1. 삶의 옹호로서의 글쓰기

삶의 옹호자 되기

다른 삶의 이력과 마주하는 시간

의 한계를 흔드는 일

내가 슨 글이 곧 나다

고통 쓰기, 혼란과 초과의 자리

자기 언어를 갖지 못한 누구나 약자다

말하지 못하는 방식으로 말하기

내 몸이 여러 사람의 삶을 통과할 때

 

 

PART 2. 감응하는 신체 만들기

불행처럼 우리를 자극하는 책들

말들의 풍경 즐기기

쓸모-없음의 시적 체험

느낌의 침몰을 막기 위해

호기심, 나로부터 벗어나는 일

합평, 역지사지의 신체변용

 

PART 3. 사유 연마하기

자명한 것에 물음 던지기

자기 입장 드러내기

얼마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가

나만 쓸 수 있는 글을 쓰자

사건이 지나간 자리 관찰하기

여럿이 읽어야 하는 책, 니체

 

PART 4. 추상에서 구체로

짧은 문장이 무조건 좋을까 : 단문 쓰기

글쓰는 신체로 : 베껴쓰기

마음에 걸리는 일 쓰기 : 모티브 찾기

추상에서 구체로 : 글의 내용

내 글이 누구에게 도움을 줄까 : 글의 위치성

별자리적 글쓰기 : 글의 구성

더 잘 쓸 수도, 더 못 쓸 수도 없다. 힘 빼기

글은 삶의 거울이다 : 끝맺기

 

PART 5. 르포와 인터뷰 기사 쓰기

노동 르포 : 조지 오웰, 그 혹독한 내려감

사람을 이해하는 시간, 인터뷰

인터뷰는 사려 깊은 대화다.

나만의 민중 자서전 프로젝트

시시하고 사소한 것들의 중요성

말을 잃은 백 세 할머니 인터뷰하기

 

PART 6. 부록

노동 르포 : 효주 씨의 밤일 들

맥도날드 아르바이트 석 달의 기록(강효주)

 

인터뷰 1: “ 침대에 누워 대소변 받아내도 살아 있어 괜찮았어

공주병 울엄마 희순 씨의 우울증 극복기(박선미)

 

인터뷰 2:“장수 씨

가족등록부에만 존재하는 그와 나(사은)

 

참고도서 : 글쓰기 수업시간에 읽은 책들

나오며 : 슬픔이 슬픔을 구원한다.

 

 

 

3. 리뷰

 

 

 

이러저러한 삶의 물살들이 버거워 늦어진 저를 기다려 주신 선생님과 태린씨에게 먼저 감사의 말씀을 전하며, 너무 늦지 않게 도착해 다행이라 여기며 숨을 고릅니다. 제 앞에 놓여진 따끈하고 진한 아메리카노 한모금을 삼키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합니다.

 

두어해 전부터 제 삶에 다가온 모순들이 하나하나 가슴을 할퀴고 상처 주며 저를 둘러싸고 있었는데, 그 모순을 풀어내려 안간힘을 쓰곤 했던 저에게 은유작가의 글쓰기의 최전선은 큰 위안과 용기를 줍니다.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니 저는 아직 제 삶을 살고 있지 못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가 말하는 재테크나 피부 관리에는 관심이 없지만, 여전히 제 책값과 공부보다는 아이의 책값에 돈을 지불하고 있는 저입니다. 가방에 학원 전단지 파일을 넣고 다니고 휴대전화에 유명 강사의 연락처가 저장된 목동 엄마들과 달리, 하교 후 아이의 놀이밥 마중을 하루의 가장 행복한 일과로 여기지만, 여전히 저보다는 조금 더 나은 학교, 직업을 얻어 조금 더 당당한 여성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그저 그런 엄마입니다. 가르치는 일을 사랑하고 좋아했던 나이지만 그저 그런 평교사로 나이 들어가는 내가 부끄러워 품위 유지의 방편으로 무모하게 글쓰기에 달려든 저입니다. 여전히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로 부터 자유롭지 못한, 그저 그런 저를 매일 새벽 대면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매일 새벽 불을 켜고 글을 쓰고자 하는 이유는 행복해지고 싶기 때문입니다.

 

내 삶의 마지막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가에 마음을 둘 만큼 여유롭지 못하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하고 싶을까? 그 물음 앞에 자명한 대답들을 글로 적으며 제가 무엇을 하고 살아가야 하는지 알아가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살아가지 못하는 저를 매일 새벽 대면하며, 서두르지 않고 조용히 행복의 저편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습니다. 한발 한발 내딛고 움직여가면서 제가 느끼고 경험한 만큼 글로 쓰며, 제가 이상향으로 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저도 언젠가는 그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 노력합니다.

 

생의 모든 계기가 그렇듯이 사실 글을 쓴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데 전부 달라집니다.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고 있다는 느낌에 빠지며 더 나빠져도 위엄을 잃지 않을 수 있게 되고, 매 순간 마주하는 존재에 감응하며 애쓰는 삶의 옹호자가 된다는 면에서 그렇다는 것입니다.

 

글을 써야 겠다 마음먹고, 그 마음을 실천으로 옮긴지 이제 1년 정도 되어가는 제 삶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의 이야기가 제 마음에 들어온 이유는, 제 삶을 모두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지요. 글을 쓰기 시작했던 1년 전보다 통장 잔고는 줄었고, 나이는 한 살 더해지고 있고, 아이와 함께 놀 친구들이 하나 둘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이 더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단단함이 제 안에 조금씩 자라고 있음을 느낍니다.

 

58> 내가 쓴 글이 곧 나다. 부족해도 지금 자기 모습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드러내고 인정한다는 점에서, 실패하면서 조금씩 나아진다는 점에서 나는 글쓰기가 좋다. 쓰면서 실망하고 그래도 다시 쓰는 그 부단한 과정은 사는 것과 꼭 닮았다.

 

다른 내가 되어가는 과정의 기록으로의 글쓰기........

살고자 하는 삶을 살지 못한다고 나를 책망하지 말고 인정하며, 어제보다 조금씩 나아지는 나를 격려하며 글을 써 나가야 겠습니다. 아무것도 아닌 내가 아닌, 나만이 쓸 수 있고 이야기할 수 있는 단하나의 삶의 기록을 더욱 정성껏 용기 있게 써 나가야 겠습니다.

 

그렇게 하루 하루 써 나가다보면 은유작가처럼 돈은 없더라도 삶은 앗기지 않는제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용기를 갖고 내 삶을 살아가기 위해 용기를 내어도 좋겠다는 단단함을 준 점이 이 책이 제게 준 선물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