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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 조르바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8. 3. 20:44
2020. 3월
3월의 글쓰기 주제 : 조르바와 두목 두 캐릭터를 파악해보기
이번 달엔 조르바와 두목 각 캐릭터를 파악하는 글을 쓰시면 좋겠어요. 둘이 어떻게 다른지요.
그리고 다른 둘이 서로에게 어떻게 끌리고 관계를 맺는지 관찰해서 글을 쓰면 좋겠어요.
달라도 너무 다른 그들 , 두목과 조르바
언제부터 읽어야지 싶어 진작부터 책을 준비해두었다. 그러고도 두어 해를 넘기고서야 그리스인 조르바를 만났다. ’한번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르가 되어버리는‘ 조르바가 알았다면 경을 칠 일이다.
이렇게 매력덩어리인 그를 왜 이제야 만나게 되었을까 아쉬움이 크다. 하치만 스스로의 모순을 해결하지 못한 현실의 혼란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관념에 머무르던 과거와는 다른 삶을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 아니었다면, 그를 마음 다해 받아들이지 못했을 것이다. ’실천력이 결여된 책벌레로 내몰린 두목처럼 말이다.
‘조르바’는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모래 위에 관념의 성을 쌓은 ‘두목’으로부터 열렬한 사랑을 받았던 것일까? 조르바를 살펴보자.
1. 조르바 그는 어떤 사람인가?
- 열정 / 몰입 / 경탄 / 조화 / 지금을 사는가?
1) 열정 : 어떤 일에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28> <돌고래요!> 그가 기쁜 듯이 소리를 질렀다.
나는 그제서야 그의 왼손 집게손가락이 반 이상 잘려 나간 걸 알았다.
<손가락은 어떻게 된 겁니까?>
아무것도 아니오.
<기계 만지다 잘렸어요?> 그의 기분을 모른 체하며 내가 물었다.
<뭘안다고 기계 어쩌고 하시오? 내 손으로 잘랐소.>
<당신 손으로 왜요?:
<당신은 모를 거외다 두목> 그가 어개를 들었다 놓으며 말했다.
<안해본 짓이 없다고 했지요? 한때 도자기를 만들었지요. 그 놀음에 미쳤더랬어요. 흙덩이를 가지고 만들고 싶은 건 아무거나 만든다는게 어떤 건지 아시오? 프르르! 녹노를 돌리면 진흙 덩이가 동그랗게 되는 겁니다. 흡사 당신의 이런 말을 알아들은 듯이 말입니다. <항아리를 만들어야지, 접시를 만들어야지, 아니 램프를 만들까, 귀신도 모를 물건을 만들까...>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모름지기 이런 게 아닐까요, 자유 말이오. >
그는 바다를 잊은 지 오래였다. 그는 더 이상 레몬을 깨물고 있지 않앗다. 눈빛이 다시 빛나게 된 것이었다.
<그래서요?> 내가 물었다. <손가락이 어떻게 되었느냐니까?>
< 참 그게 녹로 돌리는데 자꾸 거치적거리더란 말입니다. 이게 끼어들어 글쎄 내가 만들려던 걸 뭉개어 놓지 뭡니까. 그래서 어느 날 손도끼를 들어......>
<아프지 않던가요?>
<그게 무슨 말이오. 나는 쓰러진 나무 그루터기는 아니오. 나도 사람입니다. 물론 아팠지요. 하지만 이게 자꾸 거치적 거리며 신경을 돋우었어요. 그래서 잘라 버렸지요. >
... 나는 바다를 보고 하늘을 바라보면서 후회했다..... 얼마나 사랑하면 손도끼를 들어 내려치고 아픔을 참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나는 내 감정을 나타내지 않았다.
어떤 일을 할 때 열렬한 애정을 가지고 열중하는 마음, 책 전체에서 보여준 조르바의 열정이 단연코 돋보였던 장면이다. 도자기 만드는 데 거치적거린다고 자신의 손가락을 잘라버린 조르바, 처음 이 장면을 읽었을때는 너무 당혹스러웠지만, 그렇게 사랑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그의 열정이 부러워졌다. 산토르를 배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장면도 인상 깊었다.
2) 몰입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는 오직 그 ’무엇‘에만 집중하는 사람)
깊이 파고들거나 빠지다.
- 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르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162> 「 일할 때는 말 걸지 마슈! 뚝 부러질 것 같으니까」
「 부러지다니, 조르바, 그게 무슨 말이오?」
「 또, <무슨 뜻이냐, 왜 그러냐> 하시는군. 꼭 애들같이」! 그걸 내가 무슨 수로 설명해요? 나는 일에 몸을 빼앗기면, 머리꼭지부터 발끝까지가 잔뜩 긴장하여 이게 돌이 되고 석탄이 되고, 산투르가 되어 버린단 말입니다. 두목이 갑ㅈ기 내 몸을 건드릭나 말을 걸면 돌아봐야죠? 그럼 꼭 부러져 버릴 것 같다는 말입니다. 이제 아시겠어요? 」
무엇을 하든 그 순간에는 오직 그것에만 집중할 수 있는 것 그런 순간을 경험할 때 진정한 기쁨을 느낀다. 조르바는 매 순간 몰입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사람이다. 그런 조르바의 머릿속에는 저울질 하는 관념의 세계는 발 디딜 틈이 없다.
3) 경탄 : 우러르며 감탄함.
77> 우리에게 버릇 들게 된 것들, 예사로 보아 넘기는 사실들도 조르바 앞에서는 무서운 수수께기로 떠오른다.
조르바는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 보는 듯이 대하는 것이다.
78> 나는 조르바의 말을 들으면서 세상이 다시 태초의 신선한 활기를 되찾고 있는 기분을 느꼈다.
조르바의 모습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부러운 모습이기도 하다. 모든 사물을 매일 처음보듯 대하는 순수함이란 어떤 느낌일까? 매일 아침 맞이하는 햇살, 길거리의 풀 한포기, 돌멩이 하나 하나를 허투루 보는 경우가 없다. 생명에 대해 존재에 대해 경탄하고 생명력을 불어넣어주는 그의 모습을 작품속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느낌이 들었다.
4) 조화
- 세상의 모순(신, 이익, 욕망)이 충돌하지 않고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어 살아가는 모습
177> 하느님, 회사의 이익, 그리고 과부가 조르바의 머릿속에서는 아무 모순도 없는 조화를 이루어 내고 있었다. 나는 오두막을 나서는 그의 경쾌한 발소리를 들었다. 일어났다. 마법의 사슬은 끊어지고 내 영혼은 새로운 감옥에 감금되었다.
마흔의 문턱에서 세상은 모순 덩어리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모순 덩어리의 세상을 어떻게 수용하고 살아야 할까? 여전히 삶의 숙제처럼 내 안에 남아있었다. 그런 나에게 조르바의 ’조화로운 삶‘은 못내 부러웠다. 그에게도 세상은 존재한다. 그의 세상이라고 모순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모순 덩어리 세상속에서 절망하지 않고 행복하게, 완벽한 조화를 뽐내며 보란 듯이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매력적이었다. 모순 가득한 세상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수 없다는 절망감에 사로잡힌 나(두목)에게 조르바의 출현이 반가운 이유다.
5) ’지금‘을 사는가?
53> 어느날 나는 조그만 마을로 갔습니다. 갔더니 아흔을 넘긴 듯한 할아버지 한 분이 바삐 아몬드 나무를 심고 있더군요. 그래선 내가 물었지요. <아니, 할아버지 아몬드 나무를 심고 계시잖아요?> 그랬더니 허리가 꼬부라진 이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리며, <오냐, 나는 죽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란다. > 내가 대꾸했죠. <저는 제가 금방이라도 죽을 것처럼 살고 있군요.> 자, 누가 맞을까요, 두목?>
금방이라도 죽을것처럼 사는자와 죽지 않을 것처럼 사는 자, 결국 그 둘은 하나다.
’지금‘을 살아가는 것, 지금 이 순간의 즐거움과 행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던지는 사람, 그런 조르바에겐 ’과거‘도 ’미래‘도 의미를 퇴색해 간다.
’미래‘에 대한 준비없이 ’지금‘을 살아가는 그의 모습, 닮고 싶지만 쉽지않은 부분이다.
2. 이상향을 꿈꾸는 관념 덩어리, 두목
- 저울 / 타성/ 모순/미래를 사는자 / 성찰과 행동
1) 저울
17> 여행하시오? / 어디로? 하느님의 섭리만 믿고 가시오?
크레타로 가는 길입니다. 왜 묻습니까?
날 데려가시겠소?
나는 주의깊게 그를 뜯어 보았다. 움푹 들어간 뺨, 튼튼한 턱, 튀어나온 광대뼈, 잿빛 고수머리에다 눈동자가 밝고 예리했다.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의 공갈 비슷한 태도와 격렬한 말투가 우선 마음에 들었다. 수프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멀고 쓸쓸한 해안으로 그 헌털뱅이 같은 친구를 데려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프를 얻어먹고 이야기만 들어도...... 그는 세상을 적잖게 돌아다닌, 이를테면 뱃사람 신드바드와 비슷한 유형인 것 같았다. 마음에 들었다.
<무슨 생각을 하시오?> 그가 그 큰 머리통을 내저으며 다정하게 물었다.
<당신 역시 저울 한 벌 가지고 다니는 거 아니오? 매사를 정밀하게 달아 보는 버릇 말이오. 자 젊은양반, 결정해 버리쇼. 눈 꽉 감고 해버리는 거요. >
처음 눈앞에 나타난 조르바가 두목에게 했던 말이 인상깊었다. 마치 나에게 호통을 치는 것처럼...... 눈 꽉 감고 인생을 걸었던 적이 내 인생에 몇이나 있었던지 나를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기도하다. ’두목‘에게도 그런 순간이 아니었을까?
2) 육체와 정신의 조화를 찾기
나는 배가 고팠고 배가 고프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제 조르바가 돌아와 불을 지피고 우리 나날의 의식인 요리가 시작되는 시간이었다.
... 그 크레타 해안에서 나는 처음으로 먹는다는 게 얼마나 즐거운 것인가를 깨달았다. 조르바는 두 개의 바위 사이에다 불을 피우고 음식을 장만했다. 먹고 마시면서 대화는 생기를 더해 갔다. 마침내 나는 먹는다는 것은 숭고한 의식이며 고기, 빵, 포도주는 정신을 만드는 원료임을 깨달았다.
세상의 모순속을 헤매일 때 배고픔을 느낀다는 것은 어렵다. ’두목‘도 그런 사람이라고 하니 동질감이 느껴졌다. 해결해야 할 일이 눈앞에 있으면 허기를 느끼지 못하는 내 입장에서는 더더욱......
3) 모순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타파해야 할 것이 무엇인가는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 그것을 나는 알지 못했다. 나는 생각했다. ... 확실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다. 낡은 세계는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우리는 그 세계를 살며 순간순간 그 세계와 싸운다..... 그 세계는 존재한다. 미래의 세계는 아직 오지 않았다. 환상적이고 유동적이며 꿈이 짜낸 빛의 천이다. 보랏빛 바람(사랑, 증오, 상상력, 행운, 하느님,)에 둘러싸인 구름...... 이 따으이 아무리 위대한 선지자라도 이제는 암호 이상의 예언을 들여줄 수 없다. 암호가 모호할수록 선지자는 위대한 것이다.
설명할 수 없어요. 설명해봐야, 조르바, 당신은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보여줄게 없으니까 그러는 거지! 젊은 두목, 날 돌대가리로 보지마쇼.... 그 자들은 그대로 편한 거예요. 그대로 놔두고 아무 소리 하지 말아요.
모순 덩어리의 세상을 타파해야 할 것이라 여겼지만, 정작 그 폐허에 무엇을 세워야 하는지는 알지 못하는 것, 이것이 두목이 겪는 가장 큰 모순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4) 미래를 사는 자
지금의 쾌락과 즐거움을 누리는 삶보다는 갈탄광에서 충분한 이익을 얻게 되면갈탄광에서 이익을 얻게 된다면 모든 노동자와 이익을 나누며 이상향을 실천하겠다는 사회주의적 이상향을 지닌 자
5) 성찰과 행동
「 조르바에게 복 있을진저. 조르바는 내 내부에서 떨고 있는 추상적인 관념에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살아 있는 육체를 부여했다. 조르바가 없으면 나는 다시 떨게 되리라. 」
종이 한 장을 꺼내었다. 그러고는 인부 한 사람을 불러 조르바에게 지급 전보를 치게 했다.
<즉시 돌아올 것 .>
자신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았고, 그것을 일깨워준 친구(스타브리다키)를 깊이 사랑했다. 더불어 그 부족함을 채워주는 친구(조르바)의 소중함을 알았다.
3. 조르바와 두목은 어떻게 다른가?
조르바는 학교 문앞에도 가보지 못했고 그 머리는 지식의 세례를 받은 일이 없다. 하지만 그는 만고 풍상을 다 겪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마음은 열려 있고 가슴은 원시적인 배짱으로 고스란히 잔뜩 부풀어 있다. 우리가 복잡하고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문제를 조르바는 칼로 자르듯, 알렉산드로스 대황이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자르듯이 풀어낸다. 온몸의 체중을 실어 두 발로 대지를 밟고 있는 이 조르바의 겨냥이 빗나갈 리 없다. .... 우리들 교육받은 자들이 오히려 공중을 나는 새들처럼 골이 빈 것들일 뿐......
삶을 배우기 위해서는 두가지 모두가 필요하다. 마음으로 느끼고 순수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조르바다운 원초적 본능과 교육을 통해 더 높은 이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지식이 그것이다. 그 둘이 필요함을 알고 있는 조르바와 두목, 그래서 그 둘은 함께일 때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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