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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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매거진 창간호를 받아 들고~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7. 5. 07:30
지난번 글 한편 부탁을 받았다. 함께 글공부하던 글벗이 이번에 청소년들과 함께 로컬 매거진을 만들어 본다고 했다. 우리 지역의 이야기를 담는, 뜻깊은 작업에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영광이라 얼른 수락을 했다. 그런데 수락해 놓고 보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써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원고 마감일은 다가오고,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하던 차에 인근 학원가의 확진가 소식이 들렸다. 결국 우리 학교도 비켜갈 수 없는 상황, 급박하게 돌아가는 하루 하루의 일과가 힘들었다. 그러다 문득, 그런 상황을 있는 그대로 써보자 생각했다. 텅빈 교실과 복도, 접근금지를 붙여놓은 탈의실, 굳게 닫혀있는 교실문, 적막감이 흐르는 운동장....... 이 모든 것들을 돌아보고 사진을 찍는데 괜스레 눈물이 났다. 그리고 글을 써서 보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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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산책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6. 5. 08:17
2021.06.05 주말이라 늦잠을 자고 싶은 날~ 새벽에 눈을 떴다. 누워서 조금 뒤척이는데 문득 들려오는 새소리... '산책을 해야겠다' 생각을 했다. 옷가지를 챙겨입고 커피 한잔을 내려 산책로에 들어선다. 공사를 하려는지 뒤집혀진 산책로가 아쉽지만, 좋아하던 징검다리를 건너며 물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물살이 제법 센지 거슬러 오르려는 물고기들이 낑낑 거리며 버티다가 하나 둘 흘러 내려간다. 징검다리 뒤에 숨어 물살을 피해보는 물고기도 조금 더 버텨보지만 결국은 물살과 함께 흘러 내려갔다. 삶도 이와 같은 것은 아닐까 문득 생각한다. 움켜쥐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들, 놓치고 싶지 않았던 것들이 내겐 많았다. 젊음이 그랬고, 사랑이 그랬다.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줄거라 생각했던 부모, 하나를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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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공간, 행복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 곳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4. 12. 07:25
내가 기억하는 최초의 공간, 집에 대하여 아빠와 엄마는 어린 시절부터 한동네에서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고 했다. 친구의 여동생이었던 엄마를 마음에 품었지만, 의붓 어머니 밑에서 자란 가정환경이 마음이 쓰여 결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마음고생 할 딸아이를 생각했던 외할머니의 마음이었겠지 생각이 든다. 그러나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사랑했던 아빠와 그런 아빠를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외삼촌은 아빠의 착한 성정을 알았기에 엄마와의 결혼을 지지해 주었다고 했다. 월남전 파병을 결심했던 아빠와 눈물로 보낸 엄마는 편지를 주고 받으며 사랑을 이어갔다. 그리고 무사히 귀국한 아빠는 엄마와 백년 가약을 맺고 결혼을 했다. 엄마, 아빠의 신혼집은 작은 구멍가게 옆에 달린 작은 방이라 했다. 아빠는 매일 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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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문자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4. 3. 07:39
2021.04.03. 7:10 13일차 시작 딸아이에게 연락이 왔다. 하교하면 늘상 오는 문자라 그렇겠지 생각하고 문자 확인을 바로 하지 못했다 급한 일들 정리해두고 짬을 내서 문자를 확인했다. - 엄마 학교 끝았어. - 나 발명대회 시대회 나가게 됐어 ㅎ - 그리고 오늘 학교에서 누구 다치게했어. 그 민초 월욜에 사주겠다고 한 친구 있잔하. - 랜덤게임하다가 흥분해서 막 과격하게 장난치다가 안경 쳐서 안경콧대 부러지고 이마에 상처 쫌나고....ㅠㅠㅠㅠㅠㅠ - 선생님하고 이야기해서 다풀긴 했고 친구도 괜찮다고 하긴 했어. 문자를 확인하자마자 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친구 안경이 부러지고 상처를 냈다는 문자에 깜짝 놀라서. 아이는 울먹거리며 이야기를 한다. 아이를 진정시키고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라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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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닝페이지 1주년을 기념하며~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4. 2. 05:41
2021.04.02. am 5:07 12일차시작 퇴근후, 딸아이의 하복을 사러 가아 한다고 재촉을 했다. 며칠전 산책길에 보았던 벚꽃이 다 사라져 버릴까 싶은 조바심 때문이었는지도 몰랐다. 비 소식이 있는 주말이라 더더욱 재촉하는 엄마 마음이 소풍을 앞둔 아이가 된것 마냥 신이 났다. 아이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출발을 했다. 이곳에 처음 이사왔던 날에는 자전거 뒤에 태우고 나왔던 그 길을, 이제는 아이가 저만치 앞서서 달려간다. 엄마와 약속한 장소에서 만나자며, 저만치 앞서가는 딸아이의 뒤에서 천천히 자전거 패달을 밟고 가는 엄마도 나쁘지 않다. 세상에나 벚꽃이 만개한 자전거 도로가 너무 예뻤다. 시간 여유가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몇번이고 자전거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었으리라. 벚꽃의 유혹을 뒤로하고 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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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3. 30. 06:17
2021.03.30 5:39 시작 아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아이의 플룻 레슨 상담을 핑계로 선생님과 약속을 잡았다. 정작 하고 싶은 이야기는 가슴에 묻어두고 레슨용 플룻을 어떻게 구입하면 되는지를 물었다. 시간을 조율하고 플룻을 주문하고 이야기가 마무리 되던 차에 문득 물었다. - 선생님, 그런데 저도 피아노를 배우고 싶어요. 그렇게 마흔 여섯의 나는 피아노 레슨을 시작했다. 처음 레슨을 가는날 내 마음은 설레이면서도 두려웠다. 새로운 배움에 한발 내딛는 두려움은 어른이 되면서 더 커진것 같았다. 나는 왜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던걸까? 어린시절 나는 음감이 좋아 풍금도 곧잘 치고 노래도 잘했다. 그런 재능을 알아봐준 선생님 덕분에 운동회날 1학년 율동을 위한 노래를 녹음했던 기억도 난다. 노래를 수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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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3. 29. 06:05
2021.03.29 8일차 5:30 시작 주말 내내 비가 내렸다. 경루이 가고 봄이 오기전 대지를 촉촉히 적시는 비, 이 비가 그치고 나면 보송보송해진 대지를 뚫고 풀과 나무들이 알알이 맺힐것만 같다. 비 오는 날이면 기름 듬뿍 넣고 지져낸 부침개 생각이 난다. 맛깔스레 익은 김치 한포기면 더할나위 없이 맛난 김치 부침개가 되니까. 김치 냉장고를 열어본다. 친정엄마가 정성껏 담궈서 보내주신 김치가 하나 가득이다. 언제 담궈서 챙겨주었지도 모를, 열어보지도 못한 김치가 한가득이다. 작년 겨울 담궈 주신 김장김치를 열어보니 맛있게 잘 익었다. 김치 한포기를 꺼내 쫑쫑 썰어본다. 그리고 잘 개어 놓은 밀가루 반죽에 쫑쫑 썰어놓은 김치를 넣는다. '김치 부침개엔 김치국물이 들어가야 색도 곱고 맛도 좋지' 국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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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감이 찾아올 때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3. 27. 07:03
2021.03.27 6일차 6:26 시작 백일글쓰기 6일차, 요란히 울려대는 알람 소리에 소스라쳐 일어났다. 출근이 기다리고 있는 평일이었다면 양치를 하고 다시 책상에 앉았을 나는, 과감히 알람을 끄고 누웠다. 조금은 늦장을 부려도 좋을 주말이기에...... 그렇게 한시간여를 더 뒤척이다 일어났다. 3월이 가기전에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1년이 다 되어가는 모닝페이지,1월부터 시작한 미라클 모닝에도 불구하고, 나는 나의 일상을 개편하지 못했다. 매일 꿈꾸고 기다리는 '글쓰며 사는 삶'이 나에게는 왜 그리 요원하고 아득하기만 했던걸까? 일상을 개편하지 않고서는 나의 꿈에 다가갈 수 없음을 나는 알았다. 아무리 보잘것 없는 이야기라도, 글쓰기를 시작한지 7~8년이 되어가는 내가 써내는 글이, 고작 그것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