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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의 사랑법글쓰며 사는 삶/아빠의 청춘 2021. 1. 2. 23:57
2021년 새해가 밝았다.
가까이 계시면 찾아뵙고 인사드리면 좋을텐데 아쉽다.
그래도 며칠전 뵙고 와서 아쉬움이 조금은 덜하다.
조금 늦은 아침에 새해 인사를 드릴겸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기다리셨는지 울리자마자 전화를 받으시는 친정엄마다.
새해 행복과 건강을 위하는 말씀을 드려본다.
오랜만에 사위, 손녀딸까지 함께 통화를 하니 목소리가 더욱 밝아지셨다.
친정 엄마, 친정아빠 모두와 인사를 나눈 후에,
엄마와 전화 마무리를 하려는데 친정 엄마가 은근슬쩍 자랑을 하신다.
- 너희 아빠가 새해라고 편지를 보냈더라.
- 어머 정말? 아빠가 뭐라고 편지에 적어서 보내셨어?
- 잠깐만 기다려봐....
기다리셨다는 듯이, 편지를 찾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잘 보이지 않는 글씨를 읽으려고 돋보기도 찾아 끼셨을거다.
그리고는 아빠가 보낸 편지를 읽어주신다.
- 엄마 잠깐만......
휴대폰의 녹음 버튼을 누룬후에 다시 엄마에게 말했다.
- 응, 이제 되었어. 읽어봐 엄마.
한자 한자 또박 또박 읽어내려가는 엄마의 목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온다.
그 목소리를 들으니 나도 모르게 코 끝이 찡해진다.
이십대에 만나 70대가 된 지금까지 50여년을 함께 해오신 부모님,
지금까지도 두분이 서로 사랑하고 아끼며 지내고 계셔서 늘 감사하다.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삶의 고단함으로 모질게 할퀴고 퍼붓던 서로에 대한 원망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 마음들은 떠나보내고 다시 사랑하며 살자는 아빠의 마음이 고맙다.
달뜬 마음으로 편지를 다 읽은 친정 엄마는, 촉촉한 음성으로 말을 건낸다.
- 그래서 엄마도 앞으로 아빠랑 사랑하며 행복하게 잘 지내려고 해.
그리고 새해부터는 일기도 쓸거야.
- 그래 엄마, 앞으로 아빠와 사랑하며 행복하시기를 내가 늘 기도할께요.
그렇게 새해 인사를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늘 말수가 적고 과묵한 아빠에게 이렇게 촉촉한 감성이 있으셨다니,
아빠를 잘 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다.
월남에서 보내온 아빠의 편지를 고이 고이 간직하고 계신 소녀같은 엄마......
로맨티스트 아빠의 정성 가득한 편지 덕분에 두분이 결혼을 하고,
오빠와 나라는 사랑의 결실을 맺게 되셨으리라...
두분이 오래 오래 행복하시길 진심으로 기도하며...
엄마, 아빠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