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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첫 원격수업
    글쓰며 사는 삶/기록하고 기억하기 2021. 3. 24. 05:32

    2021.03.23. 2일차

     

    오늘부터 아이의 중학교 첫 원격수업 주간이 시작된다.

    친구들 만날 생각에 신이 났던 등교할 때와 달리, 조금은 풀이 죽은 녀석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다. 옆에서 챙겨줄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지 못하는 엄마라 발만 동동 구른다.

     

    수업을 잘 듣지 못할까봐라는 걱정보다는, 수업에 집중할 수 없는 환경에 노출에 마음이 쓰인다. 아이를 믿지 못하냐고 펄쩍 뛰는 남편의 만류로 CCTV는 차마 설치하지 못했다. 궁여지책으로 문자를 수시로 보내본다. 시간은 잘 맞추어 들어갔는지, 수업 내용은 잘 따라가고 있는지 곁에서 봐주지 못하니 애가 탄다. 그런 워킹맘의 마음을 알기에 학교에서 만나는 아이들을 한번 더 살피게 된다.

     

    그런 학생들을 살피고 즉각적인 피드백을 위해 2021년에는 전면 실시간 수업을 진행중이다. 그러나 화면상으로 보여지는 장면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들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것을 얻을 수는 없다. 그런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수시로 질문이 있는지를 확인해 보지만, 등교 수업의 역동성은 원격 수업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점심시간에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미니 햄버거를 준비해두고 출근을 했다. 혹시나 배가 고플까 싶어 오며 가며 간식으로 먹을 수 있도록 넉넉히 만들어 두었는데, 2개만 먹는다던 아이가 3개를 먹었다고 했다. 넉넉히 만들어 두길 잘했구나 싶었다. 배고프지 않게 든든히 먹고 수업 열심히 잘 들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점심을 먹은 후 오후 수업을 마무리한 아이에게 피아노 레슨을 다녀온다는 문자를 확인하고서야 마음이 놓인다.

     

    그렇게 아이는 중학교의 첫 원격수업을 무사히 마무리 했다. 원격수업은 어땠는지 묻는 엄마에게 칭찬이 듣고 싶은 아이는 복습 노트를 보여주며 엉덩이를 디민다.

    - 복습 노트를 과목별로 쓰면 더 좋을 것 같아. 내일부터는 과목별로 나눠서 써보자.

     

    열심히 수업 듣느라 정말 노력했구나칭찬해주고 토닥여 주어도 좋았을 것을, 부족함을 먼저 본 엄마의 이야기에 아차 싶다.

     

    우와 우리 여은이 혼자서도 정말 열심히 듣고 정리 잘했네. 이제 다컸구나. 기특해. 이렇게 열심히 한 모습을 선생님들이 보시면 칭찬 많이 해주실거야.

     

    그제서야 밝아진 아이의 표정을 보고 나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다.

     

    학교에서 만난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으로 내 아이를 대해야겠다.

    부족함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열심히 해낸 부분을 찾아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기.

    그런 엄마의 믿음과 격려가 아이를 더욱 단단하게 성장시켜 줄 것이라 믿는다.

     

    온전히 아이 혼자서 맞이했던 중학교의 첫 원격수업,

    학교에 등교하는 것처럼 교복을 갖춰입고 열심히 하루 종일 수업을 들었을 아이,

    수업 마치고 쉬는 시간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텐데 잘 참고 하루를 견딘 아이,

    그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칭찬받고 격려 받았어야 할 아이,

    미안한 마음에 괜스레 책 읽고 있는 아이를 불러본다.

     

    엄마 왜?

    , 우리 여은이가 좋아서.

     

    내가 왜 좋아?

    엄마 딸이니까 좋지.

     

    그럼 내가 엄마 딸이 아니면 안좋아?

    그럴 일은 없을거야. 여은이는 엄마 딸이니까......

     

    엄마 이야기가 흡족했는지 녀석은 씨익 웃으며 또 재미있게 책을 읽는다.

    엄마는 가만히 책 읽는 아이 곁에 가서 아이를 품에 안아본다.

     

    이제 엄마품에 머무를 시간이 그리 오래지 않았을 아이.

    함께할 때 더 많이 사랑해주고 품어주어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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