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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관심상자/엄마(부모)수업-좋은 글, 그림 2021. 7. 29. 11:51

    부모로서 해줄 단 세 가지

                                                                 박노해

    무기 감옥에서 살아나올 때 이번 생에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내가 혁명가로 철저하고 강해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허약하고 결함이 많아서이다. 

    하지만 기나긴 감옥 독방에서 나는 너무 아이를 갖고 싶어서 
    수많은 상상과 계획을 세우곤 했다. 

    나는 내 아이에게 일제의 요구와 그 어떤 교육도 하지 않기로 했다. 
    미래에서 온 내 아이 안에는 이미 그 모든 씨앗들이 심어져 있을 것이기에

    내가 부모로서 해줄 것은 단세가지였다. 

    첫째는 내 아이가 자연의 대지를 딛고 
    동물들과 마음껏 뛰놀고 마음껏 잠자고 마음껏 해보며
    그속에서 고유한 자기 개성을 찾아갈 수 있도록
    자유로운 공기 속에 놓아두는 일이다. 

    둘째는 '안되는 건 안된다'를 새겨주는 일이다. 
    살생을 해서는 안 되고
    약자를 괴롭혀서는 안 되고 
    물자를 낭비해서는 안 되고
    거짓에 침묵 동조해선느 안된다. 
    안되는 건 안된다는 것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일이다. 

    셋째는 평생 가는 좋은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자기 앞가림은 자기 스스로 해 나가는 습관과 
    채식 위주로 뭐든 잘 먹고 많이 걷는 몸생활과 
    늘 정돈된 몸가짐으로 예의를 지키는 습관과 
    아름다움을 가려보고 감동할 줄 아는 능력과 
    책을 읽고 일기를 쓰고 홀로 고요히 머무는 습관과
    우애와 환대로 많이 웃는 습관을 물려주는 일이다. 

    그러니 내 아이를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유일한 것은 
    내가 먼저 잘 사는 것, 내 삶을 독바로 사는 것이었다
    유일한 자신의 삶조차 자기답게 살아가지 못한 자가
    미래에서 온 아이의 삶을 함부로 손대려 하는 건
    결코 해서는 안될 월권행위이기에

    나는 아이에게 좋은 부모가 되고자 안달하기보다
    먼저 한 사람의 좋은 벗이 되고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가 되고
    행여 내가 후진 존재가 되지 않도록
    아이에게 끊임없이 배워가는 것이었다. 

    그리하여 나는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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