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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깊은 인생
    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12. 13. 21:23

    이번에 읽기도서로 지정된 깊은 인생을 나는 4번째 읽었다.

    이 책의 저자 구본형 작가를 알게 된 것은 김유진 선생님과 함께 했던 마더코칭 프로그램에서 추천받은 마흔 세 살에 다시 시작하다때문이었다. 이미 오래전, 20대에 익숙한 것과의 결별을 통해 만났었지만, 이제 막 교사생활을 시작했던 그 당시에는 구본형 작가의 깊은 울림을 받아들일 만한 준비가 부족했던 나였을 것이다. 그러나 2014년 심하게 마흔앓이를 했던 나는 우연의 이름을 가진 필연으로 김유진 선생님을 만났고, 구본형 작가를 만났고, 그 만남을 내 인생의 소중한 인연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4번이나 읽은 이 책을 꼭 한번은 리뷰를 작성하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지만 실천하지 못했다. 결국은 김유진 선생님의 도움으로 다시 만나게 된 깊은 인생..... 구절구절이 마음을 치고 들어온다.

     

    개선하고 싶은 나의 습관 중에 깊이에의 집착을 언급했는데, 깊은 인생에 대한 집착만은 유지하고 싶다.

    나 역시 작가의 이야기대로 깊은 인생을 살고 싶었다. 그러나 그 인생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고,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한 구체적 윤곽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작가의 이야기속으로 들어가 내 삶을 반추하며 깊은 인생의 여정에 어디쯤에 내가 있는지를 가늠해보며 읽고 또 읽었고, 이제 그 과정을 정리해 볼까 한다.

     

    깊은 인생으로 들어서는 첫 번째 문, 그늘 체험 후 얻게 된 운명의 순간, 필연의 이름으로 다가온 우연은 내 인생에도 존재했다. 저자는 일에서 그 그늘을 경험했다면 나는 일과 육아 모두에서 어둠을 경험했다. 20119, 나는 27개월된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서둘러 복직을 했다. 매일 아침이 전쟁이었고, 일과 육아로 지칠대로 지쳐가고 있었다. 아이는 아이대로 힘들고 직장에서는 직장대로 힘든 시간의 연속이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돌봐야 했고, 직장에서는 교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했다. 그러나 나는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온전히 마음을 주지 못한 채 방황하며 시간을 보냈다. 중요하지 않은 것들에 마음을 쓰며 온전히 주지 못한 내 마음이 점점 더 힘들어 갔다.

     

    집에서는 학교 걱정을 했고, 학교에서는 아이 걱정을 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는 웃음을 잃어가고 자주 아팠고 자주 울었다. 눈물이 터지기 시작하면 그 눈물이 잦아 들어갈때까지 아이를 안고 함께 울었다. 어린이집 다니기 전에는 그렇게 건강하던 아이가 열이 오르고 토하고 시름시름 앓았고, 불덩이처럼 열 오른 아이를 안고 함께 울었다. 그런데도 나는 여전히 아이의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공부보다는 교육을 위한 공부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빨리 한글책 읽기독립을 시키고, 영어를 시키고, 좋은 체험을 하게 해줄까에 마음을 쓰곤 했다. 학교에서도 마찬각지였다. 교육적 소신을 지니고 아이들을 지도하는 마음 한편으로는 승진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타자적 욕망이 내 안에 들어오면서 마음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타자적 욕망에 내 마음을 내어주니 마음속이 시끄러웠다.

    집에서는 엄마로서 사랑 많은 엄마와 교육을 잘 시키고자 하는 엄마 사이에서 온전하지 못했고, 학교에서는 교육적으로 헌신하고자 하는 교사와 승진에 뜻을 둔 교사 사이에서 온전하지 못했다. 양쪽에서 온전하지 못했던 그 시기가 나에겐 그늘 체험이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은 간디의 마리츠버그 역처럼, 박원순의 교도소 체험처럼, 지금의 내가 되기 위해 필요한 지점이었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그늘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나는 그 질문을 회피하지 않았다. 꿈꾸는 삶과 현실의 삶 사이의 괴리를 좁히기 위해 나는 부단히 노력했다.

     

    먼저 일과 육아 사이에서 갈등하던 내 삶을 온전히 하기 위해 내가 정말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했고, 일보다는 육아가 먼저여야 한다는 마음의 소리에 귀기울였다. 아이가 행복하지 않은 상황에서 내 아무리 성공한다 한들, 내 삶이 행복할 수 없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일과 육아에서의 우선순위를 정한다 해서 그늘에서 금세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승진하지 못한다 해도, 현실에 치여 밥벌이로 학생들 앞에 서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내가 정말 원하던 교사의 삶에 대해 스스로에게 질문했고, 어린 시절부터 내가 꿈꾸어 온 선생님은 교장, 교감이 아닌 아이들이 원할 때 옆에서 격려해주고 귀감이 되는 선생님이었다는 답을 얻을 수 있었다.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에 답을 구하고 나니, 가고자 하는 길이 명확해 졌다. 그 명확함은 나를 준비하게 했고, 그 준비는 우연을 운명으로 이끌어가기 시작했다.

     

    내 삶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된 아이의 행복을 위해 고민하기 시작했고, 그 고민은 엄마공부로 나를 이끌었다. 당시의 나는 여성으로서의 내 삶에 대한 분노가 쌓여가던 시절이었다. 아이는 사랑스러웠고, 아이 아빠는 가정에 헌신하며 나를 지지해 주었지만 여성이 아이를 돌보며 일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은 한없이 부족했다. 오히려 아이를 잘 키우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는 시스템이었다. 앞으로 여성으로 살아가야 할 내 아이가 엄마보다 좀 더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더 높은 지위를 얻어야 한다고 믿었다. 그런 의미부여 때문이었을까? 나는 그 누구보다 아이 교육에 열성적이었다. 책을 잘 읽고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기 위해 많이 노력했고, 그 노력으로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글자를 빨리 깨우치고, 읽기독립도 했다, 그 뒤로는 영어 교육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데, 그 이유는 엄마의 결핍 때문이기도 했다. 내가 학창시절 가장 취약했던 과목이 영어였고, 나는 막막한 영어의 바다에서 혼자 헤매였고, 결국 그 혼돈을 극복하지 못했다. 그래서 미래를 준비할 때 늘 영어를 제외한 나머지 세계에서 생각해야 했고, 그 생각은 나의 기회를 빼앗아 갔다고 생각했다. 그 기회를 아이에게만은 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 생각으로 또 다시 질문을 던졌고,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운명의 책 - ‘지랄발랄 하은맘의 불량육아를 만났다. 영어교육 때문에 찾았던 그 책에서 나는 아이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한동안은 그 만남은 우연이었다고 믿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해보니 스스로 품었던 상위의 질문은 영어 교육이 아닌 아이의 행복이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질문을 마음에 품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의 관계에 관한 이야기들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후로 나는 나의 육아관을 되돌아 보았고, 오랜시간 그늘체험을 했다. 한없이 후회의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은 이전과는 다른 엄마로 살아가게 해주었다. 그 덕분에 나는 교육과 함께 아이의 놀이에 집중하는 엄마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포기하지 못했던 책육아였고,

    놀이는 책육아를 좀더 수월하게 끌고 나가기 위한 보조적 수단으로 인식했던 나였다. 그런 나에게 또 한번의 기회가 되어준 것이 김유진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3개월동안의 짧지만 강렬했던 만남과 강의는 나를 성장하게 해주었다.

     

    엄마로서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이 무엇이고, 이를 위해 나를 되돌아 보아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내 삶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강한 메시지를 얻었고, 나는 짧은 만남만큼 큰 여운을 남긴 그 만남을 그리워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은 나의 몸과 마음을 준비하게 했고, 그리고 선생님과 재회하게 했다. 선생님과 함께했던 자기발견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는 나를 변화시켰고, 나는 아이의 행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엄마의 행복에 대해 깊이 담금질 하는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는 야생의 재능이 나를 부르는 두 번째 깨우침을 발견했고, 지금은 견딤의 시간으로 들어서게 되었다고 믿는다.

     

    선생님을 만나면서 아이의 행복에 집중하는 엄마가 되고자 했고, 이를 위해 엄마의 행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노력으로 나와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그 만남은 나를 이전의 나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리고 나를 알게 될수록 아이의 행복을 위해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이 깨달음을 내가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쓰기로 매일 매일 글로 기록하고 있다. ‘내 생애 최초의 초고완성이라는 목표를 세웠던 2016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준비 운동도 기초 체력도 없이 시작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비록 2016년 세운 목표달성에는 실패하겠지만, 나는 실패를 통해 값진 것을 배웠다. 왜 쓰고자 하고, 무엇을 쓰고자 하고, 누구를 위해 쓰고자 하는지에 대한 본질적 질문을 2016년 한해동안 품었고, 그 질문들에 답을 찾으며 시간을 보냈고, 무모하지만 도전했고, 그 도전에서 실패했고, 실패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여전히 내안에 꿈틀거리던 타자적 욕망으로의 글쓰기를 걷어내고, 온전히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글쓰기를 품기 위한 준비의 시간, 그늘의 시간으로 2016년은 기억될 것이다. 그러나 그 그늘은 나를 운명으로 이끌어 줄 것임을 믿는다.

     

    사실 나에게 1년의 시간이 더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왔었다. 아직은 침묵하고 싶고 고독한 고요속에 나 자신을 남겨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주어지면 내 아이의 행복을 위한 마지막 유년 시절을 온전히 아이의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 내어 주리라 생각했다. 더불어 자신의 행복을 위한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고 싶었고, 그렇게 회복한 온전한 삶으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 앞에 서고 싶었다. 그런 나의 바램은 나를 다시 필연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20163월 처음으로 시행되는 교원 자율연수 휴직 제도가 그것이다. 경력 10년이 넘은 교원에게 무보수, 무경력의 휴식의 기간을 1년 동안 신청, 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생긴 것이다. 나는 기꺼이 그 제도에 계획서를 냈다.

    밥을 벌기 위해 자신이 원하는 일을 포기하면 존재가 울고, 자신의 존재를 위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밥이 되지 않는 이 대립의 딜레마를 화해시킬 수 있는 힘을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결과는 이미 정해져 있을 것이고, 그것이 내 운명이 될 것이다.

    휴직이 연장된다면 아이의 행복자아의 행복을 찾기 위한 독서와 글쓰기에 집중하며, 고독한 침묵을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고, 견딤의 역사를 쓰게 될 것이다. 휴직 연장이 되지 않더라도 아쉬움은 남겠지만, 그 안에서 엄마로서, 교사로서, 그리고 나 자신으로서 온전히 존재할 수 있는 스스로의 실험을 전개해 나갈 것이고, 그 안에서 배울 것이다.

     

    결과가 어찌되는 나는 이미 깊은 인생을 시작했고, 깨우침의 문을 지나 견딤의 문에 들어섰음을 잊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넘어섬을 위한 천둥 같은 스승으로 여기는 나의 김유진 선생님과의 만남을 소중히 품을 것이다. 그 소중한 만남을 진정한 관계로 발전시키고 성장하여, 새로운 세계로 건너뛸 수 있게 된다면, 나도 언젠가는 우주적 존재로서의 나를 인식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 경이로운 순간을 꿈꾸고,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그 일에 헌신하고 나누며 살게 되길 바란다.

    지금 내가 살고 싶은 깊은 인생은 엄마이자 교사로서 아이와 학생들의 행복을 이끌기 위해 가르침의 촉을 세우고, 공부하고 실험하며 깨우치게 된 것들을 내가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글쓰기에 헌신하여, 그 헌신의 결과물을 나누는 삶이다. 그 헌신은 나는 물론 내 아이와 내가 가르치게 될 학생들이 스스로의 행복을 찾기 위한 여정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것이 내가 꿈꾸는 깊은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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