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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12. 18. 03:48
2015년 처음 읽었던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가 나에게 안겨주었던 감흥이 기억난다.
당시의 나는 신체, 정신, 감정, 영적 에너지들을 소비만 하고 삶 속에서 허덕이고 있었다.
신체적으로 허리 디스크와 협착증을 앓고 있었고, 오랜 시간동안의 회복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지기는 커녕 통증이 더 깊어지고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신체 에너지가 고갈되는 상태이다 보니, 삶의 대한 긍정적 감정과 에너지가 부족했고, 결국 감정적으로도 많이 흔들렸다. 그런 감정근육은 자신감보다는 위축감을, 개방성 보다는 폐쇄성으로 스스로를 방어하며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보냈다.
정신적 몰입 에너지도 그리 낙관적이지 못했다. 여전히 나는 타자적 욕망을 내 것으로 여기며, 글쓰기가 주는 기쁨을 누리고 싶다는 마음보다는 ‘작가’적 삶에 대한 선망이 앞서곤 했으니까.... 과정보다는 결과에 집중하는 삶은 현실적으로 낙관성을 품기에는 요원한 듯 보였다. 불가능을 꿈꾸는 나 자신을 책망하며, 집중하지 못하는 시간들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유일하게 내 안에 넘쳐 흘렀던 것은 영적 에너지였다. 신체적, 감정적, 정신적 에너지는 더 없이 부족했지만, 내가 옳다고 여기는 삶의 참의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고 질문했고 그 질문에 대한 확고한 답을 마음에 품고 있었던 나였다. 2012년 겨울, 그동안 누르고 담아두었던 온갖 부정적 감정들이 작고 여린 아이에게 투사했다. 그날의 나를 잊지 않고 나의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피눈물 나는 노력을 했다. 그 노력으로 나는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또 던졌다. 내가 삶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단 하나의 가치가 무엇인지, 다른 모든 것을 포기하더라도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치가 무엇이 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나는 그 질문의 답을 얻었다. 그 때 내가 선택했던 가치는 ‘아이에 대한 사랑’이었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은 엄마의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음을 나는 깨달았다. 그리고 다짐했다.
‘아이의 행복을 내 삶의 가장 우선순위로 두리라. 다시는 아이의 행복을 다른 어떤 가치와 비교하지 않으리라. 그리고 온전히 사랑만을 위해 엄마로서 아이에게 사랑을 주리라. 그동안 다하지 못했던 아이에 대한 순수한 사랑을 약속하리라. 주어야 할 사랑을 주지 못했던 지난 시간들을 속죄하리라.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면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를 내리라. 그래서 나는 엄마로서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리라. 나의 어머니가 나에게 그러하셨듯, 나 역시도 내 아이에게 사랑의 이름으로 줄 수 있는 나의 모든 것을 주리라.
그리고 내가 교사가 되고자 했던 초심으로 돌아가리라. 내가 가장 존경하고 마음에 품은 선생님은 사회적으로 명예를 드높인 유명세를 타느라 분주해 학생들을 외롭게 남겨둔 분이 아니었다. 언제나 학생들 옆에서 가르침을 실천하고 함께해주신 분이셨다. 비록 그 분들은 사회적으로 명예로운 자리에 오르지 못하실지라도 진정한 가르침이 무엇인지 나에게 베풀어주신 분들이었다. 그 분들게 받은 사랑과 가르침을 나도 아이들에게 주리라. 그러기 위해 내가 아이들에게 줄 수 있는 가르침을 그들이 필요로 할때 그 옆에서 함께하는 그런 교사가 되리라.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가르침을 주기 위해 나 자신을 헌신하리라.‘
그러나 나는 다른 이들에게 헌신하는 일에만 집중한 나머지 자신을 돌보는 일에 소홀했고, 결국 영적 에너지의 회복 및 영적으로 더 깊어질 수 있는 체계적 방법을 찾아내지 못해 갈피를 잡지 못했던 시점에 이르렀다. 유일하게 나를 지탱해준 영적 에너지가 흔들릴 때 만났던 이 책 한권이 나에게 얼마나 중요한 전환이 되었는지 지금 생각해도 감동으로 벅차오른다. 자기 계발서인듯 하면서도 자꾸만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 나를 되돌아보면서 다시 스스로의 삶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책. 이 책이 나에게 준 의미였다.
그 후로 신체, 정신, 감정, 영적인 4가지 에너지가 복합적으로 작용될 때 완전한 몰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늘 염두에 두며, 내 삶을 재편하려 노력했고, 그로부터 1년하고도 7개월이 흐른 지금 다시 읽으며 스스로의 삶을 점검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처음 이 책을 만난 이후 재편된 나의 삶은 그동안 나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신체 에너지를 위해 지난 1년 반동안 꾸준히 허리 치료를 받아 지금은 어느정도 통증이 완화되었고, 꾸준히 운동도 해오고 있다. 특히 2016년 10월 3년동안 기다려온 S병원 의사에게 수술하지 말고 꾸준히 관리하며 지내라는 확진을 받고부터는 더욱 운동에 정성을 들이고 있다. 영양 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고른 식단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고, 해야할 과업에 따라 수면시간을 조절했던 과거의 습관에서 신체 에너지에 따라 수면 시간을 조절하려고 애쓰다 보니 신체 에너지를 감지하는 능력이 조금 더 민감해 짐을 느낀다. 신체 에너지가 잘 조절될수록 정신적, 감정적 에너지들이 몰입을 위한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그동안 내가 완전히 몰입하는 삶을 위해 애쓰며 스스로를 단련했던 지난 시간들을 되돌아보니 뿌듯함이 밀려온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과 걱정이 남겨지곤 한다. 지금 나는 육아휴직 중이고, 가장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인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스트레스 상황으로부터 벗어나 있기 때문에, 내가 가장 소중하게여기는 가치의 실천에 몰입하는 삶이 가능한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복귀 이후의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글쓰기 공부는 내 삶의 의미에 대해 답하며 살아가는 과정으로 다져가고 있는 상태이기는 하나, 여전히 나에게는 복직 이후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남는다.
내 자신이 어떻게 변해갈지, 과거처럼 타자적 욕망을 내 안에 품고 스스로의 에너지를 고갈시키지는 않을지,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지 못하고, 제자들에게 온전한 교사로 서지 못하고, 위선적 사랑과 교육을 하는 엄마와 교사가 되지는 않을지, 그리고 그런 위선속에 스스로를 돌보지 못해 쌓여간 분노들을 표출하여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진 않을지 생각만으로도 아찔하다.
그러나 진실을 바라보는 시야가 선명할수록 우리 앞에 놓인 장애물을 더욱 명확히 인식할 수 있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내 안에 품는다. 내가 충분히 그럴수 있는 존재라는 것, 그런 나와 대면하고 스스로의 행위를 관찰하고 그런 모습들이 비추어질때면 자책하고 체념할 것이 아니라 반성하고 책임지고 길을 다시 정비하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 몸과 영혼의 에너지 발전소> 책의 초서와 리뷰를 작성하며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 것 같다.
되돌릴 수 없는 과거의 회한이 너무 가슴 아팠고, 이토록 오래도록 내 가슴을 후벼 팔 줄 알았더라면, 나는 그 어린 핏덩이를 품기를 두려워하지 않았을 것이다. 내가 살기 위해 밀어낸 그 아이를 조금 늦었지만 다시 품에 안고나서야 깨달았다. 나를 포기하고 아이를 품에 안았다고 생각했는데, 품에 안은 그 아이가 엄마를 이만큼이나 키우고 성장시켰음을 깨달았다. 나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온전히 품었을때야 비로소 아이는 스스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엄마에게 사랑으로 화답해 주었다.
아이를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내놓았던 3년의 시간, 그 시간은 결국 나를 만나는 시간이었다. 나란 존재의 빛과 그림자, 선과 악, 밝음과 어둠을 바라볼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고, 그런 나를 때론 사랑하고 때론 미워하며, 때론 경외스럽게 보기도 하고 때론 혐오하며, 그 모든 모습이 나임을 인정하고 수용하게 되었다. 그러나 나는 좀더 사랑스러운 내가 되고 싶다. 그런 내가 되기 위해 나는 내 안의 모순을 인정하고, 그 모순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내가 되고 싶다. 나의 그림자와 악과 어둠을 빛과 선과 밝음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애쓰고, 내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 나가고 싶다.
신화학자 조셉 켐벨이 표현한 ‘삶의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으로의 영웅의 여정’을 나도 시작할 준비가 된 것 같다. 영웅이 되어 모험의 부름에 응할 준비를 할 때 다시 읽은 책의 내용을 가슴에 품고 4가지 에너지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그래서 내 삶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도록 해야 겠다.
자 이제 떠나가 보자. 이제 내 삶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삶으로 화답할 때가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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