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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 수업
    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10. 1. 22:06

    먹고사는 일들로 형성된 실질세계, 이 안에서 질주하는 삶에 지치면 휴식을 위해 찾는 여분세계, 이러한 세상에 대한 이분법적 통념은 우리들의 삶을 실질세계에 얽매이고 그 밖에서는 불안하고 초조하게 만든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데, 실질세계를 창조해 나갈 수 있는 여유를 제공하는 세계로서의 여분세계를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예술은 예술은 바로 그 여분세계에 자리 잡고 있으, 그중 가장 중요한 핵심을 이룬다. 우리는 예술을 통해 여분세계를 향유하며, 즉각적 실질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정신을 소중히 여기는 삶의 자세를 배울 수 있다. 결국 여분 세계가 살아가는 일을 의미있고 넉넉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면?

     

    저자는 여분세계가 실질세계를 더욱 잘 살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수 있음을 예술수업을 통해 이야기한다. 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예술이 인류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사라지지 않고 존재하는 생명력의 비밀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급작스러운 상황들이 발생하며, 이러한 상황을 해석하는 능력의 부재는 현실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게 한다. 뛰어난 예술작품들은 인류에게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주며, 우리는 예술을 통해서 인식하는 능력, 해석하는 능력을 키우고 창의성을 창출해 나갈 수 있다. 그렇게 예술작품은 그 자체가 창의적이면서 동시에 예술작품을 대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으로 만든다. 실질세계에 함몰되지 않으면 우리 주위에 예술이 왜 존재하는지 그 까닭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작품을 대하는 일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진다. 에술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 자체에 대한 체험 이전에, 예술을 둘러싼 지식적 부분들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상념에사로 잡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 왜, 어떻게 행복해 지는가를 실천할 수 있는 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331> 먼저, 마음을 움직였거나 아니면 어떤 느낌을 안겨준 예술 작품 하나를 가까이 간직하시기 바랍니다. 한편의 작품(그림, 음악, , 소설, 영화, 연극 등) 그렇게 한 작품을 마음에 두었다면 거기에는 아주 단순한 까닭이 있을 겁니다. (기뻤다거나 슬펐다거나 예쁘다거나 등의 이유) 일단 그렇게 감상합니다. 그런데 마음이 끌렸기에 차츰 왜 기뻤는지, 왜 슬펐는지, 아니면 왜 예쁘다고 느꼈는지 궁금증이 생길 겁니다. 그러면 차차 그 까닭을 따져보게 되겠죠. 그러면서 작품에 대한 인식능력이 커져갑니다. 그렇게 생기는 해석능력은 주입식으로 받아들인 지식과 차원이 다른 진정한 앎으로 만들어 나갑니다....... 예술은 인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소멸한 적이 없습니다. 실질적 쓸모가 컸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그 작품에도 뭔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러나 그 뭔가를 무엇이다 하고 분명하게 말할 수는 없습니다. 만약 그런다면 예술의 생명력을 빼앗아 끊임없이 사유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의 이야기대로라면 예술과 함께하는 삶이 그리 어려운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품게 하고, 스스로의 여분세계가 조금 더 풍요로워지길 바라는 마음도 품게 할 것이다. 이러한 마음 밭에 씨앗을 뿌리고 싶다면, 보이는 것 너머를 보기 위해 저자가 내미는 손을 잡고 한발짝 걸어나가도 좋겠다. 그의 손을 잡고 거닐다보면 연극, 음악, 그림, 영화 등의 장르를 넘나들며 보이는 것 너머를 볼 수 있게 된다.

     

    “To be, or not to be, that is the question.‘의 대사로 유명한 비극 세익스피어의 <햄릿>은 우리에게 오직 하나뿐인 생명의 유니버설한 가치를 버리고, 흔한 제너럴에 묻혀 근근이 살아가는 삶이 진정한 삶인가 하고 묻는다. 그 질문이 허영이 열정을 대신하고 짝퉁이 브랜드라고 속이며 범람하는 세상을 향해 인간이란 무엇인지를 묻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면 삶의 지평이 한 뼘 더 커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공간 이동의 성질이 가장 큰 예술 장르인 음악을 통해서는 예술작품이 지닌 꿈의 속성에 대해 이야기 한다. 똑같은 템포로 느리게 반복하는 저음, 선명하게 선율이 흐르는 고음, 이 둘이 묘한 조화를 이루면서 단순하고 무덤덤하게 진행되는 <짐노페디>를 통해 꿈이 현실과 만나야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한편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게 하는 것.“이라는 하울 클레(스윗 태생의 독일 화가)의 이야기처럼, 저자는 그림에서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에 대해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그림에서 보게 되는 것은 화가의 시선이며, 이를 통해 예술가의 새로운 시선을 느끼고 나서 다시 그 대상을 보면 없는 줄 알았던 새로운 세계가 열리게 됨을 피카소, 칸딘스키, 샤갈의 그림을 통해 조금씩 알려준다.

     

    요즘 대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지만 현실과 일대일로 정확히 대등한다고 인지된다는 인식이 영화의 예술적 성격을 제한했지만, 이러한 통념은 타르콥스키의 영화 <희생>을 만나면서 여지없이 무너진다. ”인간 존재의 잃어버린 원천을 다시 찾으려 했다. 말이 한때 가졌던 신비한 역할이 사라진 오늘날, 이미지는 말보다 그 역할을 더 잘 수행할 수 있다. “고 말한 타르콥스키의 예술적 영화 < 희생 >은 의미 있는 일만 좇는 현대인들에게 의미 없는 일의 가치를 전함을 알게 된다. 저자의 예술적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원초언어로 가득한 영화의 각 장면들을 이해하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예술의 실천은 체험되는데 있음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보이는 것 너머를 보면서 새로운 생각을 만들어 낸 우리는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창조해 나가야 할까? 이에 대해 저자는 예술이 삶의 진실을 담는 법에 대해 이야기 한다.

     

    <개를 데리고 다니는 부인>에서처럼 예술은 우리네 삶의 진실을 담되, 어떠한 결론도 해석도 내려지지 않는다. 이처럼 예술의 의미는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되는 것이다. 진정한 예술작품은 오랫동안, 때로는 평생토록 계속 의미를 생산하면서,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꾸어 주는 여행도 예술과 비슷한 성질을 지닌다. 여행은 원래 살던 곳의 진부한 삶을 새로운 눈으로 보게 한다. 새로운 시선을 위해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는 현대예술도 결국은, 새로운 시선을 통해 새로운 삶을 창조해 나가는 예술의 목적에 부합한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충격요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미적 체험을 통한 사고의 깊이를 대해주는 진정성임을 에드워드 호퍼 <아침 해>를 통해 상기시키는 것도 잊지 않았다.

     

    저자의 손을 잡고 따라나선 예술의 세계를 거닐다보면 독자들의 여분세계가 풍요로워짐을 온몸으로 느끼게 될 것이다. 새로운 생각을 만드는 것이 왜 중요한지, 보이는 것 너머를 보기 위해서는 예술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그래서 새로운 생각과 새로운 삶을 창조해나갈 수 있는 용기를 얻고 싶은지, 스스로에게 질문을 품은 사람들에게 예술수업을 권한다. 그 질문의 실마리를 얻게 될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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