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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태어나는 자리 (리뷰)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10. 8. 23:54
생산성을 요구하는 산업화 시대를 지나, 세계화 시대의 도래는 우리들의 삶을 더욱 치열한 경쟁의 장으로 내몰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걸맞게 모국어에 익숙해지기도 전에 외국어 학습을 시작한다. 그 아이들이 자라 학교에 가고, 본격적 경쟁이 시작된다. 학교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학원차를 타고 뺑뺑이를 돌고 돌며,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고, 대학생이 된다. 자유와 낭만이 숨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치열한 지성의 장이 되어야 할 대학은 이미 취업을 위한 준비 장소로 전락했다. 그들의 손에 문학책이 쥐어질리 만무하다. 그렇게 졸업을 하고 취업 경쟁에 내몰린 사람들, 운좋게 들어간 직장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자기계발서가 들려있음을 심심치 않게 본다. 바야흐로 ‘문학의 위기’ 시대를 우리는 살고 있다.
글로벌 경쟁 시대, 효율성을 추구하는 지금 이 시대에 한가로이 문학을 운운하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그러나 저자의 서설은 한순간 커피향을 느끼게 해준다.
문학이란 생의를 느기게 해주는 커피향이고 우유와 설탕이 듬뿍 든 머그잔 커피이며 어느 새벽 불현 듯 마음을 씻어주는 빗소리이다. 커피 없어도 사는데 아무 지장이 없지만 살랑거리는 그 향이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키고 머그잔 가득한 달콤한 커피가 삶을 생동하게 한다. 문학이 그렇지 않은가?(p16)
효율만을 추구하는 삶은 어딘지 모르게 팍팍하다. 피라미드의 정점만을 향해 내달리는 삶, 그 삶의 과정에 다가오는 부정적 감정들(불안, 비애, 분노) 앞에 속수무책이 된다. 삶이 무너지는 순간, 무엇으로부터 위로와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 타인의 삶에서 잉태된 수많은 문학작품들을 통해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비춘다. 타인의 삶이 문학으로 태어나고, 스스로의 삶에 다시 잉태되는 순간이다.
울지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정호승, 「수선화에게」
고독한 삶의 순간들이 가슴팍 깊이 찾아오더라도 누군가의 가슴속에 위로가 되었던 싯구 하나를 읊조리다보면, 흐르던 눈물 훔치고 일어나 다시 살아갈 힘이 내안에 가득 차오를지도 모르겠다.
내달리던 삶을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한가로운 4년을 보냈다.
불안했고 분노했고, 비애를 느꼈던 시간들을 견딜 수 있었던 것 또한 문학이 함께했기 때문이었다. 그 시간들 덕분에 사랑을 배웠고, 우정에 감사했고, 한적한 시간들의 가치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 삶을 다시 찾게 해준 이유, 문학 덕분이다. 그 문학에 다시 스스로의 삶을 꽃피우고 싶다. 내 삶이 문학으로 다시 피어날 수 있기를 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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