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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는 읽는대로 만들어진다
    나로 선다는 것/책이야기 2020. 12. 29. 19:58

     두 번째로 만난 나는 읽는 대로 만들어 진다는 나에게 재독(再讀)의 기쁨을 알게 해 준 몇 안되는 책 중의 하나였다. 마음에 품을 책을 만나는 황홀경, 그리고 그 책의 얼마 남지 않은 책장이 못내 아쉬워, 가슴을 치고 들어온 구절을 독서노트에 옮겨 적으며 이 책에 흠뻑 젖어 있었다.

     

    이 책은 독서 방법에 대한 안내서이지만 안내서 이상의 독특한 매력을 준다.

    방법론에 대한 실용적 진실을 취해버리면 그만인 다른 독서방법론 책들과 달리 자꾸만 곱씹게 하는 구절들이 눈에 뜨인다. 그 구절들의 행간 속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저자의 솔직한 자기고백 속에 숨어있는 내 모습이 아닐까 싶다.

     

    2014년 나는 다독(1000)을 목표로 줄기차게 독서의 향연을 이어왔다. 그건 아마도 내가 살기위해서 였는지도 모른다. 이전까지의 삶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었다. 자유롭고 싶었고, 그 자유로움을 위해 나는 몸도 영혼도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몸을 위해 운동도 시작했고 영혼을 위해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다.

    그저 마음가는대로 흥미를 따라 읽기도 했고, 그러다가 저자의 말처럼 가슴을 자꾸 건드리는 작가를 만나면 그 작가의 책을 몽땅 섭렵하기도 했고, 알고 싶은 키워드기 생기면 그 키워드를 따라 20~30여권의 책을 찾아 읽기도 했다. 형언하진 않았지만 내 나름으로 이어왔던 독서의 방법들이 저자에 의해 가지런히 정리되어 제시된 것도 신기했고, 내가 해왔던 방법들을 다독가들은 이미 경험했던 것들이구나 하는 동질감<?>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다.

    그러나 1년여의 독서를 통해 다양한 책을 읽어가던 나는 여전히 무언가에 목말라 있었던 것 같다. 책을 읽지만 그 과정에서 나는 과연 무엇을 얻으려 하는 것인지, 그저 단순히 1000권이라는 숫자에만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다독을 통해 내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혹시 성공이라는 또 다른 모습에 집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웠다. 어느 정도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던 성공(직업적 승진)에 대한 욕망이 빛깔만 바뀐 채 여전히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그 달라진 빛깔의 성공(교수 혹은 작가)을 위해 내가 독서를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물음과 그 물음에 아니라고 확연히 대답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대면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을 수단으로 여기고 겸허히 배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 그 행간의 의미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것임을 이 책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나 자신에게 솔직하기가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음을 나는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말한다. 가질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을 내려놓고 즐길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하여 그것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만 나는 가질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을 내려놓고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음에도 즐기지는 못했다. 잘할 수 있는 것을 발견했기에 나는 더 잘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위해 새벽 독서를 꾸준히 이어왔음에도 나는 정작 그런 것들을 즐기지는 못했다. 그저 한권을 더 읽어내려는 그래서 1000권이라는 책의 권수에 한권을 보태려는 생각에 급급했고 조급해 했으며, 무언가 내 눈에 보여지는 결과물들에 집착했다. 급급하고 초조한 마음, 무언가에 쫓기듯 책을 읽는 나에게 저자는 조용히 이야기 해준다.

     

    나는 남들을 따라가고 싶지 않다. 나만의 방향으로, 나에게 딱 맞는 속도로 걸어가고 싶다. 뛰어가고 싶지도 않다. 일평생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하루하루 꾸준히 걸어가면 된다. 오늘 걸어야 할 길을 걷지 않는다면 내일은 뛰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뜀박질은 일시적이다. 평생 뛰어가야 한다면, 평생 헐떡이는 삶을 살 것이다.

    나는 헐떡이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 더 이상 바쁘고 싶지도 않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누군가를 쫓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나는 나의 길을 걸어갈 뿐이다. 비교하기보다는 나 자신을 가꿔가면 된다. 남들과 경쟁하기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면 된다.“

     

    이 이야기에 나는 위안을 받는다. 일평생 걸어가는 것이 인생이니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꾸준히 내게 맞는 속도로 한발 한발 내딛어도 괜찮다고, 그러니 너무 헐떡이는 삶을 살지 말라고, 살아가는 과정에서 책만 바라보지 말고 세상의 수많은 관계와 소통하고 자연을 벗삼아 그렇게 나만의 삶을 만들어 가라고 이야기해주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그 인생길에서 나의 성장을 위한 책 읽기의 방향을 잃지 않도록, 독서의 숲에 도달한(내가 생각할 때 나는 독서의 숲에 도달한 정도의 독서가 수준-중급정도-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에 이렇게 표현했다)하여 물 한모금 먹고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 나에게 저자는 목적의식이라는 나침반을 건네주었다. 하지만 그 나침반 역시 방향을 제시해주는 도구일 뿐, 그 도구의 사용법은 오로지 나 자신만이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책읽기가 왜 읽어야 하며, 이 책이 나에게 중요한지, 책읽기 자체가 즐거워서인지 아니면 특정 목적을 위해서인지 스스로 그 답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스티브 레빈의 이야기처럼 스스로에게 되물어 보고 답을 해본다.

     

    왜 책을 읽는지, 왜 중요한지, 즐겁기 때문인지 목적을 위해서......?’

     

    처음에는 살기 위해 읽었고, 읽다보니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들 속에서 저마다의 상흔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는 저마다의 아름다운 삶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삶에 대한 의지를 되찾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떤 삶을 살아갈 것이고, 그 삶을 위해 어떤 책을 읽을 것인가?

    그 목적이 실용이든, 지적 욕구의 충족이든, 즐거움이든, 인격 성숙이든 결국 스스로 찾아내야 할 몫이고, 그 목적을 위해서는 자신만의 속도로 걸어가야 하는 것임을 발견한 것이 재독을 통해 얻은 가장 커다란 깨달음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책을 읽을 것인가? 목적의식을 좀 더 선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

     

    교사, 엄마, 그리고 나 스스로의 일상을 잘 살아내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나는 포기하지 않고 균형을 맞추기 위한 노력을 끊임없이 해나갈 것이다.

    승리를 향한 책읽기를 위해 내 직업적 소명을 위한 유명한 책들을 다시금 읽어야 할 것이고, 진리를 향한 책읽기를 위해 부분과 부분을 연결하여 전체를 꿰뚫는 통찰을 얻기 위해 그동안 편독해왔던 다른 분야(주로 과학, 신학쪽)의 책도 읽어야 할 것이며, 세상을 향한 책읽기를 통해 소크라테스의 등에처럼 모든 것이 잘 돌아가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소리없이 다가오고 있는 위기를 알려주는 역할(특히 내가 속해있는 교육현장에서)을 해내고 싶다.

     

    책을 읽어가는 과정에서 무엇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내려놓게 된다.

    무엇이 되는가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무엇에 걸맞는 깜냥을 키워야 함을 깨달았고, 그러기 위해 나는 무엇을 읽고 무엇을 써야 하나 고민이었던 찰나에 만난 저자와의 만남이 새삼 반갑다.

    그리고 그 목적이 이끄는 독서를 함에 있어 그 목적이 나만의 성공을 위한 것이 아닌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지식인으로서의 삶이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그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우선 나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그 키워진 내면으로 내가 지닌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타인에 대한 완벽한 책임감과 사랑하는 법을 배울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경험인 아이를 보살피는 어미로서의 역할은 물론 내가 가르치고 배우며 만나는 제자들의 스승으로서의 역할을 최선의 노력으로 해내고 싶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할 일은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과욕이 되지 않도록, 나의 독서목록을 하나하나 세우고 꾸준히 읽어가며, 세상으로 나갈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준비되었다고 생각될 때 그때는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가 책읽기와 삶이 조화를 이루는 삶을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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